9일의 영국총선이 여론조사 기관의 공신력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노동당의 패배로 끝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언론과 정치인,정치평론가들은 골몰하고 있지만 국외자의 입장에서 진보적인 색채를 띤 야당이 격는 핸디캡이 주요한 패인의 하나라는 평가를 내리게 된다.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주요 요인의 하나는 노동당과 닐 키녹 당수에 대한 일반의 미덥지 못한 시각이었다. 노동당이 집권을 하면 세금이 늘어나고 인플레가 심해지며 과거와 같이 파업천국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었다. 또 키녹은 왠지 총리감으로 적합하지 못하다는 인식도 널리 펴져있었다. 한때 노동당의 여론지지도가 7%까지 앞서자 주가가 폭락한 것이나 노동당의 집권이 확실시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헤외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 등은 이러한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같은 인식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사실 노동당은 지난 80년대에 내부의 노선갈등을 수습하고 중도우파적 노선으로 방향을 수정해왔다. 또한 과거의 집권경험도 있고 섀도캐비닛으로 불리는 예비 내각제도를 통해 수권정당의 모습을 견지해온만큼 대체 세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키녹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실제보다는 과장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있다. 그가 행정경험이 없다는 것과 처칠이나 대처처럼 근엄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보다는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게 그를 미덥지 못하게 보는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그가잉글랜드가 아닌 웨일스 출신이고 보수당 지지일변도인 대중언론들이 만들어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처럼 상당부분 근거없는 사실에서 비롯된 불볼안심리였지만 노동당은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노동당이 집권하면 공산화라도 되는 양 불안해하는 안정희구 세력이 보수당으로 표를 몰아준 것이 결정적인 패인었던 셈이다. 이같은 불안심리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일축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권에 도전하는 야당들이 공통적으로 감내하고 극복해야할 핸디캡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한번도 집권한 적이 없고 정책정당의 모습도 채 갖추지 못한 우리의 야당들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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