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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활 고달파” 미 의원들 은퇴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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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활 고달파” 미 의원들 은퇴 러시

입력
199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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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무력·선거전 인신공격 등에 염증/부도수표 스캔들이후 상·하원 47명 선언【워싱턴=정일화특파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그가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이 무엇인가를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평소 기자실내에서의 기자회견대신 자목련이 가득 핀 로즈가든 한쪽 잔디밭에 기자석을 마련한 부시 대통령은 전날밤 그가 의회에 낸 의회운영 개선안을 설명하면서 『의회는 반드시 개조돼야 한다』고 다시 강조해 대의회 투쟁이 그의 1기 임기중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중대과제의 하나님을 명백히 했다.

반면 의회는 지난 1월 부도수표 스캔들이후 상당한 이미지 손상과함께 차츰 힘을 잃는 빛이 역력하다.

차기 공화당 하원간사감으로 지목돼오던 미네소타주 출신 빈 웨버의원(39)이 9일 『의원생활에 흥미를 잃었다』며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부도수표 스캔들이후 상원의원 6명(공화 3·민주 3) 하원의원 41명(민주 26·공화 15) 등 모두 47명이 스스로 의원생활을 포기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재출마 포기를 선언한 이들은 『연령관계로 이제 좀 쉬고싶다』는 이유를 붙인 사람도 있고 부도수표 사건에 너무 깊이 관련해 차기 선거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는 인물도 있지만 반드시 낙선 가능성이 높아 스스로 의원직을 물러서려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퇴를 선언한 6선의 웨버 의원의 경우는 오는 11월 선거를 위해 선거자금도 2백만달러나 모아놨고,잭 켐프 주택 및 도시개발장관,존 수누누 전 백악관 비서실장,댄 퀘일 부통령,뉴트 진 그리치 하원공화당 간사 등의 광범한 정치배경을 갖고 있는데다가 선거구민의 인기 역시 상당해 단순히 부도수표 문제로 의회생활을 포기한다고는 볼 수 없다.

분명히 의원들의 은퇴선언에 부도수표가 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은퇴선언 의원과 개별 인터뷰를 가진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지 등이 분석한바에 의하면 이들 의원들의 은퇴이유는 의원생활의 무력감,가정생활 소홀,선거전의 냉혹성 등으로 돼 있다.

의원생활의 무력감은 특히 부시 행정부와의 마찰이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주도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무려 3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사장시켰다.

『사실 법을 통과시켜도 이를 집행할 예산이 없다』며 실망하는 의원도 많다. 정부예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의원들은 국방예산,사회보장비,의료보험 지원비 등을 모두 삭감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며 선거구민을 위해 구상한 지방사업 같은 것은 아예 법안 상정자체도 안되는 입장이다.

현재 상·하의원의 연봉은 다같이 12만9천5백달러(1억3백60만원).

상원의원의 경우도 출신주의 크기에 따라 연80만달러에서 1백70만달러의 예산을 갖고 이 예산범위내에서 보좌관을 쓸 수 있게 돼있고,하원의원은 연 53만7천4백80달러의 예산으로 상임보좌관 22명,비상임보좌관 4명 한도의 참모를 쓸 수 있게돼 있다.

그러나 이 예산 역시 변호사 생활이나 기업가로 일하던 시절에 비해보면 10분의 1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의원들은 『보람없는 의원생활보다는 차라리 변호사로 나가 돈이나 벌겠다』고 말하고 있다.

가정생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은퇴선언 의원들도 많다.

의원들은 사실상 50주에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한다. 워싱턴의 내셔널 공항에는 널따란 의원 전용 주차장이 있고 늘 비행기 시간에 쫓기면서 공항을 드나드는 의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밥먹듯하는 여행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가끔 가정불화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선거전이 너무 부정적 선전 측면으로 변해가는 것도 일부 의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정치도전이다. 최근 민주당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을 둘러싼 개인인신 공방전이 바로 그 예이다.

93년 1월에 개회할 미 의회는 적어도 1백25명의 새인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은 한회기마다 상원 1백명,하원 4백35명의원중 불과 10%만이 통상 교체돼왔다.

그런 미 의회가 이번 회기중에 무려 1백명이상이 교체된다는 것은 미국 의회의 대변혁이다.

이 변혁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아니면 행정부 고집에 맥을 못추는 나약한 의회로 전락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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