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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의 탈정치시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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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의 탈정치시대(사설)

입력
199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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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이 과연 이대로가 좋은가. 지난 10일에 열린 전대협 제6기 총회의 결의를 보며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이젠 낡아 빠진 이념과 정치색을 훌훌 털어내고 탈피할 때가 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의 학원이 정치예습장으로 흔들려야 하는가 답답하기만 하다. 세계와 시대의 흐름이 얼마나 급변하는가를 새삼 누누이 설명하고 강조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전대협이 주도하는 운동권의 몇가지 오류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먼저 학내문제에서 독단과 과격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함부로 총장실에 못질이나 하고 집기를 내던지는 버릇이 여전하다. 교권의 침해는 물론이고 지성의 자기 부정이라는 모순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심하게 반발함은 어느 측면에선 이해도 가나 저항의 방법이 온당치 못하다.

다음으로 지적될 오류는 학생운동이 지나치게 정치색에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대협은 올해의 투쟁목표를 「민주정부 수립과 전총련 건설」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4·5월에 투쟁력을 강화하고 연말의 대통령선거에서 민중 주도의 민주대연합을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학생의 선거참여는 국민의 일원으로 정당한 권리행사에 속한다. 그 한계를 넘어 정치투쟁에 깊이 간여함은 학생 신분에 어긋남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통일문제에의 접근도 그렇다. 겨레의 장래가 걸린 통일을 두고 정열 하나로 덤벼드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민족문제가 급진만으로 해결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밀어 붙일게 있고 제동을 걸어야할게 따로 있는 법이다. 의도의 순수성은 평가할만 하나 우리만이 옳다는 독선의 사고는 오히려 대세를 그르치는 혼선을 불러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산권의 허망한 몰락과 과격한 투쟁으로 인해 운동권은 방향을 상실하고 침체의 늪에 빠져들어 있음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것을 만회하려고 대중성의 확보,특히 중산층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전환의 시도를 꾀하고 있음은 새롭다면 새로운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도 구태의 틀에 얽매어 있음이 금방 간파된다. 투쟁의 명분을 만들어 보겠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리라고 기대함은 지나친 속단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의 학생운동은 이제 대담한 방향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념과 정치와의 과감한 단절이 시급한 과제다. 종래와 같은 정치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해도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의 대학생은 2천년대의 새 시대를 창조할 무거운 사명이 무엇인가를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노선과 방향이 바로 잡히지 않는 한 학생운동은 표류를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성정치에 식상했듯,변화를 외면하는 학생운동에도 식상함을 솔직히 알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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