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4·9총선거에는 존 메이저 수상이 이끄는 보수당이 예상을 뒤엎고 권토중래를 노린 노동당에 승리했다. 이로써 보수당은 영 정치사상 4연승의 기록을 세웠다. 보수당은 선거기간중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닐 키노크 당수의 노동당에 줄곧 3%정도 처져왔기 때문에 보수당의 승리는 당수뇌부 스스로가 놀란 예기못했던 역전이었다. 외신들은 이번 승리를 존 메이저 수상의 『개인적인 대승』이라며 2년전 거인 마거릿 대처 전 수상으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그는 이제 독자적으로 경륜을 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했다.한편 패자인 닐 키노크 노동당수는 83년 당권을 승계받은 뒤 당은 반미와 일방군축의 극좌에서 중도적인 서구 민주사회주의로 개편하는 등 온건화했으나 이번까지 3연패의 고배를 들게됐다. 영국의 저명한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이 더 잘하나』보다는 『어느 정당이 덜 피해를 줄 것인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은 입지가 불리했다. 대처주의가 노조천국·경쟁력 상실의 영국병을 퇴치하는데 성공했으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는 실패했다.
유권자들은 13년의 보수당 장기집권에 염증이 팽배했고 장기적인 불황에 불만이 고조했다. 노동당은 공허한 정책만을 나열,국민의 신뢰를 획득하는데 실패해 호기를 놓쳤다. 영국에서도 선거쟁점은 불황회복과 경제안정,보수·노동의 여야당이 다같이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영국 유권자들은 「차선의 선택」에서 보수당의 경험을 샀고 시험되지 않은 당수 존 메이저 수상에게 기회를 줘 보기로 한 것이다. 백중의 경쟁에서 노동당은 자가당착의 공약과 고세금의 전통으로 마지막판에 부동표의 흡수에 실패한 것이다. 노동당의 정책프로그램은 실업의 감축을 약속하면서 실직을 조장하는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주장했고 투자에의 우선을 내세우면서 연금과 아동복지의 증대를 강조했다.
시장경제의 효율을 조장하겠다고 하면서 역기능적인 제약을 도입했다.
이러한 공약의 모순들이 노동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으며 세금인상에 대한 우려들이 노동당에 등을 돌리는데 일조가 됐다. 냉전이 소멸된 오늘날 선진국 어느나라고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경제안정과 복지가 유권자들의 제1의 관심이다. 13년 집권의 보수당이 대안을 제시못하는 노동당에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수당정권을 계속 이끌어갈 메이저 수상은 온건·중도주의자. 대내외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처 전 수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EC 통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다. 한·영의 기존의 우호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정부로서는 세계무역의 블록화 강화 등에 비추어 영국과의 관계강화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