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국 원상 무력침공으로 압송 전례없어/부시에겐 “눈엣가시”… 최고 백20년형 가능마누엘 노리에가 전 파나마 대통령이 9일 마약밀매를 비롯한 8가지 혐의에 대해 미 마이애미지방법원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 89년 12월 파나마를 무력 침공하면서까지 노리에가를 단죄하겠다던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관철됐다.
지난해 9월초부터 무려 7개월간 끌어온 이 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단은 노리에가에 대한 10가지 기소항목중 코카인 배포 및 밀수혐의를 제외한 모든 혐의사실을 인정했다. 노리에가는 이같은 평결결과로 최고 1백20년의 징역형과 63만5천달러의 벌금형을 받게됐다.
이번 재판은 미국이 주권국가를 무력침공,외국 국가원수를 강제로 자국 법정에 세운 전무후무한 경우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을 모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노리에가의 재판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노리에가가 무죄로 방면될 경우 그의 신병확보를 위한 미국의 파나마 침공은 국제사회로부터 범죄행위로까지 지탄받게되고 부시 행정부의 도덕성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치명타로 이어지게 된다.
노리에가는 사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에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가 미 중앙정보부(CIA)를 위해 첩자로 일했던 76∼77년 2년동안 부시 대통령이 CIA국장을 맡고 있었던 탓으로 부시의 해외공작 활동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노리에가는 이를 재판변론 자료로 제출한 바 있다.
때문에 미 행정부는 이번 재판을 「마약과의 전쟁」과 결부시키면서 노리에가의 마약범법 행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노리에가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변호인은 최종논술을 통해 『미국이 세계경찰을 자임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원수를 처벌하는 정치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변호인단은 이번 유죄평결에 불복,항소할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측은 또 미국의 노리에가 신병확보 과정을 『고대 로마제국이 피정복 국가의 지도자를 사슬로 묶어 데려온 것과 같다』고 꼬집고 『이번 재판이 진정 기소된대로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해서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79명의 중인이 등장해 1만5천페이지의 방대한 증언기록을 남겼고 검찰이나 변호인단이 자기편에 유리한 배심원 선발을 위해 초반부터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이와함께 이미 징역형을 받고 있는 노리에가의 전 하수인과 마약밀매자들이 감형이나 석방을 조건으로 노리에가에 불리한 증언을 하겠다고 나서 재판전부터 적법여부는 논란이 있었다. 또한 평결결정 과정에서도 배심원단이 심한 의견차이로 재판을 원점으로 돌릴뻔하다가 판사의 독촉을 받고 가까스로 결론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다.
미 검찰측은 노리에가의 이번 재판에 대한 선고공판후에도 그를 마리화나 밀매혐의로 추가기소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노리에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사를 견지하고 있다.
파나마의 길레르모 엔다라 대통령도 노리에가의 유죄평결에 대해 『파나마의 불명예스런 역사의 장이 마감되고 있다』고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낸 뒤 미국의 재판과정이 완료될 경우 파나마에서도 그에 대한 재판을 갖겠다고 밝혔다.
노리에가는 오는 7월10일 선고공판을 갖게될 예정인데 그와함께 미국외교 정책과 사법부의 공정성도 「도마」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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