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보다 개인기본권 역점/죄형법정 명시·전시요소 삭제/특별법규정 흡수 형벌일원화/충분한 토의·보완거쳐 사문화 막아야형벌개정시안은 국민의 일상사를 규율하는 기본법인 형법을 민주화시대에 맞게 전면 개정,국가법익보다는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조항을 늘렸다는 점에서 「민주화를 지향하는 형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행 형법이 국가의 법익보호에 편중됨으로써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기본권 보장에 소홀했던 점을 보완,날로 높아지고 있는 국민들의 인권의식에 접근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지난 39년간 국가형벌권행사의 기본법으로 기능해온 형법이 53년 제정당시 일본형법을 의용함으로써 조항 곳곳에 군국주의적 국가주의적 색채가 짙었다는 점에서 개정시안은 구시대적 잔재를 씻어내고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형법정책의 전환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입법취지를 함축하고 있는 「제1편 총칙」중 죄형법정주의를 명시한 제1조.
헌법상의 규정이기도 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행위도 벌하지 않는다」는 죄형법정주의를 다시한번 명시했다.
특히 이 조항은 「어떤 범죄행위를 처벌할 때 해당조항이 없으면 유사한 조항을 원용한다」는 북한 형법15조와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것이다.
또 국가주의적 전시형법적 요소를 삭제한 것도 개인의 존엄과 가치에 비중을 두려한 형법개정의 취지와 맥락을 함께한다.
즉 현행 형법은 파출소·면사무소 등 공익건조물 방화의 경우 일반건물 방화와 구별,높은 형량으로 처벌토록 규정해 국가법익보호를 우선해 왔으나 개정형법은 공익건조물 방화를 일반건조물 방화와 동일하게 취급해 형량의 중용을 취했다.
또 전시군수·공수계약 불이행죄,전시폭발물 제조 및 사용죄 등을 형법에서 제외,전시법령으로 해결토록 함으로써 『전시를 염두에 두고 기본법을 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수용했다.
총칙에 세계주의를 채택한 것도 특기할 만한 대목. 항공기 납치죄·통화위조죄·방사능 방류죄 등 세계인 모두에게 공적이 되는 범죄를 외국인이 우리나라 영역밖에서 저질렀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신설,형법의 국제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국외에서 항공기 납치 등 범죄를 저지르고 우리나라에 입국하면 개정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형량을 정하는데 있어 자기책임을 기초로 한다는 책임주의를 도입한 것은 기존범죄론을 대폭 수정한 내용으로 범죄와 형벌관계에 큰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가 저지르고 자기가 비난받을 요소외에는 다른 요소(신분·인격 등)에 의해 가중처벌받지 않도록 규정함으로써 앞으로는 자기가 범한 범행의 비난가능성 범위에서만 양형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공무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공무원범죄 가중처벌규정에 따라 법정형량에 2분의 1을 가중해 처벌받았으나 이 조항이 삭제됨으로써 앞으로는 일반인 범죄와 동일하게 형량이 결정된다.
무분별하게 개정,시행돼온 특별법의 각종규정을 형법에 흡수함으로써 형벌체계를 일원화한 것도 큰 특징으로 꼽힌다.
그동안 형법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한채 범죄를 규율할 필요가 생길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특별법을 마구 양산해와 특별법은 「누더기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때문에 기본법의 의미는 상실되고 양형에 심한 불균형이 빚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중 대부분의 규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특수강간·뺑소니차량 가중처벌조항,항공기 납치·항공기운항 방해·항공기 납치치사상 등의 죄가 형법에 흡수됨으로써 특별법제정을 통한 「땜질식」 처방은 지양되게 됐다.
사문서위조 공무집행방해 등 16개 범죄에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징역형외에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형사정책이 재산형을 적극 활용하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형법편성순서를 현행 총칙,국가적 법익,사회적 법익,개인적 법익순에서 총칙,개인적 법익,사회적 법익,국가적 법익으로 전환한 것은 개인의 존엄을 선언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규정이 잘돼있어도 법집행기관의 적극적 실현의지가 없으면 한낱 법전속의 조항으로만 남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개정시안이 확정될 때까지 각 규정에 대한 충분한 토의와 여론수렴을 거치는 것은 물론 법개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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