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흠집… 정치적 타격 소지/「탄압」 부각 대국민 호재될 수도정부와 국민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를 매개로 빚어지고 있는 이같은 정부와 국민당간의 갈등은 단순히 특정 기업체의 흥망차원을 넘어 대선을 앞둔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게 정가의 시각이다.
현대전자 대출금 유용시비를 비롯,국세청의 현대상선 탈세발표와 그에 따른 수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제재조치는 외양상 정부의 현대그룹에 대한 집중적인 「경제규제」의 모습을 띠고있다.
그러나 정가의 시각은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정주영 국민당대표의 대선출마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데 대체로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즉 「경제규제」보다는 「정치규제」의 성격이 짙다는게 국민당의 입장이다.
국민당이 분석하는 이번 조치들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선을 앞두고 「정 대표 흠집내기」가 시작됐다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총선전부터 계속 되어온 「국민당 목조르기」가 본격화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현대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일시에 파상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도출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련의 현대관련 조치에는 초기의 금융당국 차원을 넘어 국세청·검찰 등 주요 공권력이 직접 개입돼 있고 제재의 강도 또한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높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들어 현대상선 탈세사건에서 검찰이 말단 여직원에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사실 등은 정부의 강경한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는게 국민당측의 주장이다.
이에앞서 이번 조치들의 시발점인 현대전자 대출금 유용 시비에서 이미 정부측의 완강한 태도가 엿보였다는 설명이다.
당초 현대전자의 소명시한 하루전 「대출금 유용」을 서둘러 발표했던 은행감독원측은 현대측이 지난주말 종업원 지주제에 의한 합법적 납임금임을 주장하며 신문광고 등으로 반박하고 나서자 다소 후퇴하는듯하다 이번주초부터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국민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정부관계 당국이 지금 물러서면 계속 밀린다는 판단을 내린듯하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은 제재조치는 오는 12월 대선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민당은 그러나 일련의 상황전개에 대처하는데 있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민을 안고 있다.
우선 정 대표의 주주권행사 포기공증 등 현대와의 「관계단절」을 선언한 마당에 현대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당은 정 대표의 지난 9일 관훈토론회 발언이외의 공식반응을 일체 삼가고 있다. 정 대표도 이날 『정부가 현대를 탄압해 국민당을 망하게 하려는 모양이나 그같은 행위는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고나갈 것』이라고 「탄압」의 측면을 부각시키는 선에서 그쳤을 뿐 더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오히려 『국민당과 나라가 잘된다면 현대가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말할 정도로 현대와의 관계단절을 강조했다.
국민당은 또 정부와의 이같은 신경전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된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당 관계자들은 『정부의 공세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그 시점이 이렇게 빨리 닥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의 대권후보 구도논의가 총선직후 곧바로 불붙은데다 정 대표의 대권행보 또한 「계획」보다 빨리 시작된데 그 원인이 있다는게 국민당측의 분석이다.
현단계에서 국민당은 사태추이를 관망하면서 정부조치의 영향이 직접 국민당에 파급될 경우 주요사안에 대해서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련의 대현대 제재가 조만간 정 대표 이미지 실추라는 직접적 「작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아래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관련,한 관계자는 『대선직전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터뜨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민당의 이같은 갈등이 계속될 경우 대선정국은 두가지 개연성을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 대표와 국민당이 결정적인 상처를 입고 대선에서 무의미한 존재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에서 관행으로 인정되는 행위라도 일반에 노출돼 「단죄」를 받는다면 현대뿐 아니라 정 대표 개인의 도덕성도 결정적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더욱이 탈세 등 일반 국민이 거부감을 느끼는 「범죄행위」나 다른 개인적 비리가 드러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이같은 중대한 결점이 발견되지 않은채 일반국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조치가 계속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당에 유리한 대선여건만 조성해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정부의 우회적 공세가 경제의 가시적 악화와 맞물릴 경우 「탄압」 이미지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민당에 의외의 득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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