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을 비준 동의함으로써 오랫동안 관심을 끌어온 핵사찰 문제는 하나의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시점(85년 12월)에서 보면 6년4개월만이고 서명(92년 1월말) 한지 70일만에 비준 절차를 밟은 것이다.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세계여론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다행스러운 진전임에 틀림없다. 이로써 북한의 핵사찰로 가는 어려운 고비를 하나 넘긴 것만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목적지까지 다다른 것은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우선 김일성주석의 서명이 있어야 비준 절차가 완료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절차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서면통보함으로써 자동 발효된다. 협정발효 다음달 말까지는 최초의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에 제출해야 하며 발효 90일 이내에 보조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이 약정에는 사찰대상 시설과 사찰방법이 명시된다. 여기서 바로 문제의 영변핵시설이 포함될지가 주목된다. 보조약정체결 뒤에도 사찰관의 파견과 접수에 관한 실무절차가 또 남아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말이 실감나게 들린다. 법정시한을 존중한다해도 최장 1백50일,최단 70∼80일이 걸린다. 사찰규정에 명시된 시한을 무시해 버리면 실제 사찰이 언제 이뤼질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핵안전협정에 가입한 뒤 18개월만에 발효시켜야 하는데도 북한은 그 규정을 외면하고 지금 6년6개월 이상을 끌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핵사찰의 조기성사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어느단계 어느절차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제동을 걸거나 지연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핵카드를 이용해 그들이 노리던 몇가지 성과를 챙긴셈이다. 미국과의 접촉창구 격상도 그렇고 팀스피리트 훈련중단이나 남한의 핵부재 선언을 끌어낸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한·미 양쪽에서는 줄만한 것은 다 주었다고 보기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이 핵사찰에 흔쾌히 응하는 일밖에 없다. 그것도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 핵카드를 이용해 다른 것을 더 얻겠다고 사찰규정시한을 무시하거나 억지로 미룰 경우 유엔을 이용한 국제적인 강제조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국제협정에 의한 사실과는 별도로 남북간의 상호사찰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남한쪽은 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한 사찰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궁극적인 해결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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