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도 봉쇄 “개발 하나마나”/16개품목 특히 노골적… 일에 시정요청「한국 기업의 도전은 싹부터 자르겠다」 엄청난 돈을 들여 어렵사리 국산화한 제품들이 일본 기업의 무차별 덤핑공세로 수출은 물론 내수에서마저 판로를 찾지못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 기업과의 경쟁가능성 만큼은 초기에 원천봉쇄해 버린다는 전략으로 국내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들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국내시장에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국산개발 초토화작전으로 국내기업의 국산화제품은 수출은 커녕 내수시장에서도 판로를 찾지못한채 고사위기를 맞고있다.
일본은 겉으로는 한일경제협력 운운하면서도 안으로는 한국 기업이 일본의 경쟁상대로 나서는 것은 눈뜨고 못보겠다는 견제의식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일본의 덤핑혐의가 명백한 16개품목에 대해 시정을 촉구하는 공식서한을 일본 정부에 보내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조정관세 부과도 검토중이어서 일본 기업의 덤핑문제는 한일 경제관계의 주요현안으로 부각됐다.
1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일본의 덤핑공세는 전자 등 첨단제품과 국내수요가 많은 유화제품 등 그동안 일본이 석권하던 전 품목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16개품목의 경우 노골적인 덤핑공세를 펴고 있다.
반도체 인쇄회로기판의 중요한 기초소재인 동박의 경우 국내기업인 덕산금속 태양금속 등이 80년대 중반부터 3백41억원을 투자,자체 개발한 뒤 89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췄으나 일본의 FMS,FMFP사 등이 국산화 이전 ㎥당 3.15달러이던 수출가격을 국산화 이후 2.8달러까지 낮춰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개발품목의 판로가 막혀 국산화에 나섰던 국내기업의 가동률은 손익분기점인 73%에 훨씬 못미치는 3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84년부터 6년동안 3백60억원을 들여 팩시밀리 기록장치 핵심부품인 THP(감열기록소자)를 개발했으나 현재 국산화의 실효를 기대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쿄세라와사와 롬사가 개당 1만4천4백엔에 공급하던 대한수출가격을 90년3월 이후 4천3백20엔으로 낮춰 삼성전자의 국산품목을 원천봉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집성운모 절연제품의 경우 중소기업인 대한마이카가 지난 88년 국산화에 성공,연간 3백톤가량의 국내수요를 충당하고도 5백톤 정도를 수출할 수 있는 공급체제를 갖췄으나 일본의 오카베마이카가 국산화 이전 장당 3.5달러에서 최근에는 2.2달러로 공급가격을 대폭 낮춰버렸다. 이 바람에 대한마이카의 국내 보급은 벽에 부딪쳐 지난해 2백톤가량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상업용 저울도 지난 90년3월 국내 기업인 카스와 알파전자 에이스정밀 등이 개발하고 국내 보급에 나섰으나 일본의 공급업체였던 A&D사의 단계적인 가격인하로 판로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A&D는 89년3월 대당 7만1천8백68엔이었던 수출가격을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한 90년3월 5만9백16엔으로 낮추더니 지난해 1월 이후에는 절반값도 안되는 3만1천엔대로 다시 인하했다.
이밖에 석유화학제품인 폴리페닐렌 슬파이드,에틸렌 등과 선박용 기상정보 수신장치,직류형 냉각팬,전기안정기 등이 그동안 국내 기업들에 의해 개발됐으나 일본 기업들이 기존 가격보다 절반 이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거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올부터 2차 대일역조개선 5개년 계획에 나선 정부는 국산개발된 제품의 국내보급을 늘리기 위해 개발업체와 수요업체간 모임을 주선하고 가급적 국산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의 생산원가에도 미달하는 일본의 덤핑공세로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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