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교화중심 “진일보”/컴퓨터·환경죄등 비중/「나는 범죄」에 적극 대처/수사전문요원·보호관찰시설등 선결문제법무부가 7년간의 장기 작업끝에 마련한 형법개정 시안은 신종범죄 처벌조항의 신설과 교화중심의 형벌제도 개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
형법이 기본법중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이 두가지 사항은 국민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을 규율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법률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형법은 사회적·경제적 여건변화를 수용하는데 둔감해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신종범죄 대처능력이 거의 백지상태나 다름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일선 수사기관은 명백히 사회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컴퓨터범죄 등 신종범죄를 적발하고도 법조항이 없어 처벌하지 못하거나 기존 법조항을 억지로 끌어붙여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적잖은 시비를 불러 일으켰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시안은 「나는 범죄에 기는 법적용」이라는 그간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신종범죄가 너무도 깊숙이 우리 사회를 좀먹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종범죄 처벌조항을 상당수 추가했다. 형벌제도의 경우도 현행 형법은 처벌에 엄격한 대륙법 계통을 일본을 통해 수용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처벌과 동시에 교화한다는 형벌제도의 원래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 점에서 개정시안이 보호관찰·사회봉사 명령 등 영미법계의 형벌제도를 과감히 수용한 것은 「범죄자의 사회내 교화」라는 법이상에 보다 접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종범죄처벌조항◁
신설된 신종범죄 처벌조항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기·업무방해·비밀침해 등을 벌하는 컴퓨터 관련 범죄. 컴퓨터 보급 확산추세에 따라 컴퓨터 조작을 통한 공금유용 등 은행가 등에서 각종 신종범죄가 횡행해왔으나 현행 형법으로는 이같은 범죄를 제대로 의율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개정시안 211조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 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사회변화에 따른 신종범죄의 처벌근거가 마련됐다.
또 복사본이 법률상 문서에 해당되느냐 여부로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 개정시안에서 복사문서도 문서위조범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의 위·변조범죄 등을 명백히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정보기관이나 사설 흥신소 등에 비밀리에 행해왔던 도청행위를 처벌하는 대화비밀침해죄 조항도 신설,「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한자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백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소 미흡하지만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독물 등을 방출·살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환경오염 조항과 과실이나 식용수에 독물을 흡입하는 행위,가스·전기·방사능물질 방출·유출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도 특기할만하다.
이밖에 권리자의 동의없이 다른 사람의 자동차 등을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자동차 등 불법사용금지조항,자동판매기 등의 부정이용죄,공공교통기관 무단이용죄 등도 사회여건 변화에 발맞춘 신설조항들이다.
▷형벌제도 개선◁
형법개정 시안이 현행법의 형벌적용에 탄력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변화이다.
우선 지금까지 소년범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보호관찰·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 등 서구식 제도를 성인범죄에까지 확대함으로써 인신구속 등 속박위주의 교도행정에서 탈피,사회내의 교화를 통해 범죄자들의 사회복귀를 쉽게 하려는 취지를 담고있다.
쉽게 교정가능한 범죄에 대해서는 실형보다는 선고유예,집행유예 등을 선고할여지를 넓혀 불필요한 인신구속을 막는 대신에 선고유예,집행유예 등을 선고할때 보호관찰,사회봉사명령 등을 병과하게 함으로써 형법의 인간화를 꾀한다는 취지이다.
이렇게될 경우 집행유예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양로원,공원 등에서 일정기간 사회봉사를 하거나 범죄예방 교육을 받는 것으로 옥살이를 대신하게 된다.
나아가 종래 징역형에서만 선고할 수 있었던 집행유예를 벌금형에 대해서도 선고할 수 있게 한 것과 상습범을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대신 보호감호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형벌제도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형법개정 시안은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행하는데 있어서는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 범죄의 경우 처벌조항은 마련됐으나 컴퓨터 운용체계에 대한 일선 수사기관의 지식미비 등 먼저 해결돼야할 문제가 남아 있어 신종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수사요원 양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보호관찰 확대의 경우도 지금까지 소년범에 대한 보호관찰제가 나름대로 실효를 거두고는 있지만 충분한 보호관찰 시설 및 보호관찰위원 확보와 체계적 지원·관리없이는 자칫 법전속의 조항으로만 남을 여지도 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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