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카드 강·절도 신용사기등 빈발 /작년한해 8천2백0억불 손실지난해 12월 케이스 레빈 경사는 맨해턴 시내에 설치된 한 은행 현금인출기 앞을 지나다 우연히 강도현장을 목격했다. 비번일을 맞아 친구들과 새벽녘까지 어울린 후 이들과 함께 귀가중이던 레빈 경사는 즉각 차에서 뛰어내려 범인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격전은 레빈경사가 27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하직하는 총격전으로 끝이 났다. 사건발생 수시간후 경찰은 절도 및 마약 전과 26범인 25세의 청년 크리스토퍼 루이스를 체포했다. 이 사건이 지니는 비극성과 상징성은 문제의 현금인출기 설치은행인 「매뉴팩처러스 하노버」가 경찰에 제출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고서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레빈 경사가 목숨을 잃은 이번 사건에서 강도피해자로 알려졌던 인물 역시 제3자로부터 현금 인출카드를 훔친 절도범임이 확실함. 총격 발생 수분전,도난사고가 접수된 카드로 누군가 문제의 자동인출기를 이용,현금인출을 시도했던 사실 기록에 나와있음』
이 사건개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편의경제」와 「폭력사회」의 교차로에서 한 젊은 경찰관이 무고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시민의식과 직업윤리에 투철했던 레빈은 귀중한 생명을 잃었지만 위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바와 같이 미국사회에서 뻔질나게 일어나는 각종 강도 및 절도,신용 사기사건은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큰 재산피해를 몰고와 이들이 입은 손실을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지않은 불이익을 끼치고 있다.
한 예로 미 금융업계가 방범비로 돌리는 예산은 연 2백56억달러. 각 은행이 이중에서 6억6천만달러씩을 할당해 현금자동인출기 관련 범죄예방에 안간힘을 쓰고있지만 미 전역에서 88분마다 한명꼴로 현금카드 소지자들이 강도를 당해 카드를 빼앗기고 있으며 이로인해 짊어져야 하는 연평균 손실액은 은행마다 평균 4만1천7백41달러를 웃도는 실정이다.
특히 범죄율이 높은 뉴욕시의 은행들은 3천만∼5천만달러를 상회하는 방범비를 추가로 책정해 방범장치를 강화하고 다소 후미진 지역에 설치된 수십개의 현금자동 인출기를 폐쇄할 것을 고려중이다.
그러나 전체 미 업계가 각종 기업상대 범죄로 인해 입게되는 손실을 생각한다면 현금자동인출기로 인한 은행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각종 형태의 범죄로 인해 미국 업계는 지난 한해동안 최소한 1천2백80억달러를 직접손실,보상금,소송비 등으로 날려버렸다. 이 수치는 세금을 공제한 미 전체 기업수익의 69%에 해당하는 어머어마한 금액이다.
실질적으로 범죄피해로 인해 발생된 기업손실은 가격인상이라는 방식을 통해 전액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려진다.
소위 「범죄세제」를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되는 셈인데 미국인들은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가구당 연간 1천3백76달러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범비」 혹은 「범죄세」로 내고있다. 범죄피해액이 기업의 간접비용으로 버젓이 제품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미 국내총생산액의 2.9%에 해당하는 기업의 범죄 손실액은 또 연구개발비로 들어갈 돈이 방범 장치마련에 흘러들어가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국내기업이 일본산 제품과 거의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같은 원가를 들여 만들어냈을 경우 미제는 여기에 적정선의 이윤과 함께 「범죄세」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일제보다 그만큼 가격경쟁에서 떨어지게 된다는 사례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작년 한해동안 1백16억달러 상당의 상품이 단순강도나 절도로 인해 증발해 버렸고 3백36억달러가 경비원 고용,감시카메라와 자물쇠 시설 설치 등 보안강화 목적으로 사용됐다. 이렇듯 방범에 들어가는 비용은 1980년이후 두배로 뛰어오른 범죄율의 증가속도와 비례해 매년 인플레율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꼭 우범지대가 아니라해도 뉴욕이나 LA의 외진 곳에 위치한 상가를 둘러보면 범죄공포에 시달리는 상인들과 대리점 종사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회사건물과 상가에 몇겹으로 설치된 방범장치,총기를 휴대한 경비원들을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그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공포세」 「방범세」 「범죄세」가 가산되었으리라는 「예감」도 자연스레 머리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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