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기간중 80억∼150억불 해외반출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8일 한사람의 시민으로 러시아 검찰당국의 소환 심문에 응해 화제다.
고르바초프의 검찰출두는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 자격으로 이뤄졌지만 전직 국가원수로서 재임기간 동안의 활동에 대해 검찰심문을 응하는 것은 전세계에서도 극히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신선한 충격마저 던져주고 있다.
「소련판 청문회」라고도 불릴만한 그의 증언은 구 공산당이 지난해 8월의 쿠데타 발생직전과 쿠데타 기간중 수십억달러 상당의 자금을 해외로 불법 유출한데 대한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두시간동안 검찰신문을 받은후 공사낭 정치국원들도 심문을 받았기 때문에 새롭게 답변할 내용이 거의 없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를 호령해온 고르바초프가 일개 검찰수사관 앞에서 옛일을 회고한다는 자체가 그에게는 치욕적이었음에 틀림없다.
국가재산의 해외유출 사건에 대한 러시아 검찰의 조사는 지난해 8월 쿠데타 실패후 공산당 자금의 해외반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은 그 액수를 80억달러에서 1백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특히 공산당 고위간부들이 막대한 공산당 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거나 비밀은행 계좌에 예치해둔 것으로 보고있다.
공산당이 해외로 빼돌린 자금은 주로 금·외화·귀금속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천∼3천톤으로 추정돼온 소련의 금보유량이 쿠데타직후 소련당국의 발표대로라면 2백40톤 정도로 격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쿠데타를 계기로 금보유량이 현격히 줄어든데 대한 사실 규명이 이번 조사의 핵심인 셈이다.
이와관련,이즈베스티야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임전 막대한 양의 금과 귀금속이 군용기에 실려 유럽내 주요도시로 반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즈베스티야의 이 보도로 러시아인들은 소련공산당 간부들이 자신들의 권좌축출을 예감하고 빼돌린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에 대한 조사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어 자금유출에 대한 그의 책임여부가 불명확하다.
고르바초프의 책임여하에 상관없이 그가 검찰당국의 심문에 순순히 응한 것만으로도 러시아의 민주체제 정착에 좋은 귀감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이준희기자>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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