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선 각료임명권 폐지등 “맞불작전”러시아의 향후 권력구조는 물론 최고실력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생명까지 걸린 러시아 헌법 개정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의 보혁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개혁파가 독재적 성격이 강한 대통령중심제 헌법개정안을 고집하는 가운데 과거 공산당세력 등 보수파 진영은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축소를 골자로 한 또다른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세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민대표대회 기간중인 9일을 전후해 언론에 일부 공개된 보혁 양진영의 헌법개정안은 가뜩이나 정치적 곤경에 직면한 옐친 진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옐친의 위임으로 대통령 법률담당고문 등 9명이 만든 개혁파 헌법개정안은 러시아를 「사유재산제와 삼권분립에 바탕한 연방국가」로 규정하면서도 임기 6년(중임가능)의 대통령 권한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화시켰다.
옐친은 새 헌법안을 인민대표대회 기간에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보수파의 반발이 거셀 경우 직접 국민투표에 회부해서라도 관철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수파 진영은 대통령의 각료임명권 폐지와 포고령 선포권한의 삭제 등 대통령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정안으로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6일 인민대표대회 개막직후 보수파들에 의해 시도됐던 정부불신임 동의안의 의제상정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개정 방향을 둘러싼 보혁 투쟁국면은 여전히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사실 러시아 헌법 개정방향을 둘러싼 최근의 보혁 투쟁양상은 지난해 소련의 공중분해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모순구조의 한 단면인 동시에 정치적 난맥상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상황파악이 쉽지 않다.
때문에 옐친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처럼 체제변혁기의 희생양이 될지 아니면 이번 헌법개정을 발판삼아 명실상부한 크렘린궁 주인으로 장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헌법개정문제는 기로에 선 「옐친노선」의 시험무대인 동시에 개별국가로서의 러시아와 기타 독립국가연합 소속 공화국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옐친 진영이 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파 헌법개정안은 옐친 자신의 독재체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탓에 보수파의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전문4부 17장 1백5조로 된 개혁파 개정안은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의 최고지휘권 ▲검찰총장 최고재판소장 및 판사의 임명권은 물론 ▲국민투표 회부권까지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천여명의 인민대표대회 대의원중 6백명 이상이 옐친측 헌법개정안에 일단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개혁파 대의원 1백50∼2백명만이 옐친안에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그동안 관망자세를 견지해오던 아나톨리 소브차크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장,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시장 등 중도파 진영이 옐친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에는 또다시 개혁파가 정국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옐친측 개정안이 채택될 경우 러시아는 재차 새로운 독재체제로 접어들 것이라는 보수파의 협박성 경고앞에 러시아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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