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말고 다른대학이 본고사 과목을 국·영·수 중심의 4과목으로 선정했다면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다.사학의 명문중 어느 한곳이나 중위권대학이 그런 선정을 했다면,학생유치에 불리함까지 감수하면서 대학의 특성을 살리겠다는 노력의 가상함과 자율권을 신장해 보겠다는 용단에 오히려 많은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단을 서울대가 선도적으로 단행했기에 파란과 부작용과 비난의 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서울대의 위치와 입장은 특수하다. 24개 국·공립대학의 수장격이고 1백32개 4년제 대학의 모범이 될만한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아무리 까다로운 입시조건을 내걸고 제발 좀 덜 오라고 해도 대학을 가겠다는 우수집단의 2%정도는 제발로 찾아와 머리싸움을 하는 곳이 서울대다. 우수 학생유치에 전혀 신경쓸 필요도 없는 「한국제일」 대학임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서울대가 그 특수한 위치와 입장을 모를리 없다면 본고사 과목을 선정함에 있어 다음의 전제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고민한 흔적이라도 보여줬어야 옳다.
우선 서울대는 자체 입시제도를 마련하면서 자율권 신장폭을 최대가 아닌 최소쪽을 택했어야 한다. 본고사 과목 선정여하에 따라 고교교육 파행의 심화정도가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파행의 기준은 서울대의 주관이나 시각이 아닌,객관적인 것이어야 했다. 고교교장단의 국·영·수 배제 건의는 그래서 충분히 감안됐어야 한다.
새대학입시제는 학생선발 권한의 완전한 대학회귀까지의 잠정적인 제도다. 「본고사 과목 3개」이내란 교육부의 권장사항은 그때문이며 또한 내신반영률 40%이상을 의무화해야 하는 조건하에서 완전한 대학별 본고사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부터가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았어야 했다.
마지막은 서울대의 과목선정 결과를 지켜본후 보조를 맞추거나 흉내냄으로써 「국·영·수 본고사 치는 대학=좋은 대학」이란 어처구니 없는 등식의 대학서열 편가르기를 내심으로 노리던 세칭 상·중위권 대학들을 서울대가 선도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서울대는 그 특수한 입지속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렸다. 한낱 대학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학자율 확대에 목청을 높이고 교육부의 높은 콧대를 꺾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교수공청회장을 압도해 국외참가자들을 실망시켰다고 들리더니 최종결정마저 그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국·영·수를 본고사 과목으로 선정한데 대해 백충현 교무처장은 『고교교육이 국·영·수에 편중돼 지식편식으로 기형교육이 되고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본고사에서 국·영·수를 빼면 누가 그 어려운 공부를 하겠는가. 고교교육의 질저하가 걱정돼 불가피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뜻을 알아 듣기가 어렵다. 그 말의 진의야 어떻든 일선 고교의 반응은 교육현장을 모르는 대학교수들의 기우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일본어를 제2외국어 선택대상에서 빼버린 것도 일선고교를 무시한 독선이라는 반발이다. 일본어가 학문도구 언어적 가치야 적다지만,56%의 고교가 제2외국어로 택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했다면 경과규정으로 불이익 수험생을 배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천하의 서울대 교수들이라 해서 만사에 완벽하라는 법도 없다. 오류나 실수 또는 단견이 있었다면 개선하면 된다. 아직 시간도 있다. 본고사 과목선정을 다시한번 검토하고 수정보완하는 용기를 발휘해주기를 서울대 총·학장과 보직교수들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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