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쟁인상 불식” “과열 막아달라” 오간듯/「당규보완」 형식빌어 의중 드러낼 가능성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9일 청와대 주례회동이 당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낳고 있다. 김 대표와 김종필 최고위원의 8일밤 극비회동으로 새흐름을 타고 있는 대선후보 경선양상의 향배가 이날 회동이후 큰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 대표와의 회동에서 후보경선 문제와 관련,두가지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첫째는 차기후보가 민주적 방식의 완전자유경선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모든 당원은 당내 민주주의 확립,즉 6·29선언의 완결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후보경선에 임해야하며 이를 통해 축제분위기 속에서 당원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원칙의 재확인과 함께 객관적으로도 「공정한 관리자」의 입장에 서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후보경선이 계파싸움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당수뇌부가 특히 유의해주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있었던 이같은 노 대통령의 당부와 강조는 상식선의 대화이며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두사람 사이의 깊은 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게 청와대 주변의 지배적 관측이다.
노 대통령의 의중,이른바 「노심」은 현 시점에서 그야말로 「천기」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천기는 이미 조금씩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노 대통령이 후보문제에 있어 의중의 무게중심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는게 여권핵심부의 대체적 견해이다. 최근 노 대통령 최측근 참모들의 언행에서 그같은 의중의 일단이 내비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금 의중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표출할 수 없는 이중의 딜레마에 빠져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의중을 내비칠 경우 완전자유경선원칙에서 벗어날뿐 아니라 자칫 친김반김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탈당,또는 역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가능성을 예상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자신의 의중과 14대 총선 민의와의 함수관계도 깊이 고려해야할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친김반김중 어느 한쪽의 밀어붙이기식 접근방법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의 회동을 통해 경선결과에 대한 김 대표의 「진짜생각」을 파악하는데 대화의 초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의 깊은 대화는 당분간 공개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두사람 사이에 합의점을 도출했을 경우 전당대회 운영방식에 대한 「미비점 보완」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선출과 후보의 선거운동 방법 등과 관련,당헌·당규의 손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의 의중은 끝까지 표출되지 않는 의중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회동모두에 우선 지난 3일 신문편집인협회 간담회중 자신의 일부 발언이 『경선결과에 불복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비쳐진 것과 최근 일부 측근들의 「제한경선론」이 빚은 물의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어 집권당사상 첫 대선후보 경선의 의미를 퇴색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전제,『하지만 경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차기정권 재창출』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인상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축제분위기속에서 치러져야할 경선과정이 후보난립 및 선거전과열을 포함한 계파세 대결양상으로 흘러서는 안되며 당총재인 노 대통령이 산술적중립 이상의 「진전된」 입장을 표시해야한다는 점을 주문했다는 후문도 있다.
김 대표는 특히 당내세력판도 및 지분상 노 대통령의 물리적 중립은 그 자체로 불공정게임을 의미하는 것인만큼 최소한 균형을 잡아주려는 노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김 대표는 ▲최근 민정계 대리인인 박태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반김 진영의 담합움직임 ▲대통령 친인척의 공공연한 반김 언행 등을 보는 자신의 내심을 토로하며 『여권 대선후보는 합당 대주주들의 협의에 의해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관측.
이와함께 김 대표는 『야당 후보와 싸워 이길 후보를 뽑는게 순리』라는 지론을 펼친 뒤 8일밤 김종필 최고위원과의 회동내용을 설명하고 경선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심중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또 최근 자신의 여러 정치행태에 대한 여권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노력을 곁들이고 노 대통령과 자신이 한몸으로 당정의 중심축을 형성해 나가야 정권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는 전문이다.
김 대표는 결론적으로 경선은 여권의 결집력을 강화시켜 대선승리의 굳건한 디딤돌을 놓는 계기가 돼야하며 단순히 숫자적 대의원 확보싸움으로 전개되는 경선엔 회의적이라는 뜻도 아울러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러한 경선흐름 가닥이 후보등록전까지 잡혀야하며 가닥의 골조는 3당 합당정신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도 피력했다는 얘기이다.<이종구·이유식기자>이종구·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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