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마피아의 최대파벌인 감비노가의 대부 존 고티에 대한 재판은 뉴욕사람들에겐 미국대통령 예비선거 못지않은 관심사였다. 존 고티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해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휴일도 없이 일했고 그 결과 살인을 포함한 16가지 혐의 모두에 대한 유죄평결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존 고티는 최대 1백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운명이고 마피아 세계는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그런데 이 유죄평결에 대해 상당수의 뉴욕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욕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특히 맨해턴의 이탈리아인 밀집지역이나 브루클린에 있는 존 고티의 집 이웃사람들은 『선량한 사람을 잡아 넣었다』며 취재기자에게까지 화를 냈다는 것이다. 고티의 한 이웃은 『우리 동네를 보라. 쓰레기도 없고 낙서도 없으며 평화롭기만 하다. 또 동네가 번성하지 않는가』라고 고티를 두둔하고 법집행자들을 욕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심리분석가들은 로빈 후드 숭배심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법집행 관리들이 부패하거나 무력하거나 또는 월권으로 공정한 사회질서를 세우지 못할 때 로빈후드 같은 자가 기존의 법을 깨부수고 약한 자를 보호하려는 때 갈채를 보내는 잠재 심리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마피아는 자기집단의 이익이나 관할을 놓고는 피의 살육극을 벌이지만 그 주위에서 생기는 잡다한 폭력을 용서치 않고 관계되는 사업을 보호하기 때문에 상당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는게 현실이다. 폭력과 범죄의 그늘에서 찌드는 다민족사회인 뉴욕 같은 대도시는 설령 불법조직이라도 약자의 울타리를 쳐주기를 기대하는 현상이 있다.
그러나 로빈 후드 숭배 심리는 서양사람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한국에도 일지매나 임꺽정에게 갈채를 보내는 심리가 있다. 법집행자가 부패하거나 공정성을 잃어 선량한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불법적인 자구책을 찾는 것은 인간의 공통심리이며 동시에 조직폭력이 뿌리내릴 온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같은 단일민족 사회에서 마피아 같은 독버섯이 생길리야 없겠지만 가치관이 극도로 흔들리고 물질만능으로 치달리는 현상을 직시할 때 미국의 로빈 후드 숭배 심리는 한국의 공직사회에 하나의 타산지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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