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의 총선거를 맞이하고 있는 영국의 선거운동과정을 지켜보면 역시 배울 점이 많은 선진국의 정치문화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이 영국선거사상 가장 추잡한 선거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모든 것이 본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특히 열세를 보이고 있는 집권보수당의 선거운동은 지나치게 상대방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보수당의 선거방송은 노동당이 집권을 하면 인플레가 재현되고 과거와 같은 노동자파업 천국이 될 것이라는 등 다분히 감정적인 표현까지 구사하고 있다. 대처 전 총리는 노동당이 아직도 사회주의 정당이며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유럽에서 유일하게 영국만이 사회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며 정책대결보다는 이념대결 양상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자신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보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주로 하는 「네거티브캠페인」의 하이라이트는 노동당 당수 닐 키녹에 대한 공격이다. 이는 메이저에 비해 개인적인 인기가 크게 뒤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키녹에 대한 공격은 대처축출에 앞장섰던 헤젤타인 환경장관이 주로 맡고 있다. 헤젤타인은 키녹이 총리감이 되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메이저총리조차 자신과 키녹중에 누가 더 총리로 적합한지를 판단해 투표를 하라고 호소할 정도이다. 키녹의 낮은 인기는 그가 웨일스 출신이라는 점과 보수당 지지신문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때문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을 염두에 두면 이러한 공격은 결코 떳떳한 선거전략은 아닌듯 하다.
한가지 긍정적인 사실은 이러한 선거운동을 보는 영국국민의 눈이다. 영국인들은 보수당의 선거운동이 가장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효과도 가장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메이저의 인기는 계속 떨어지는 반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키녹은 꾸준히 주가를 높여가고 있다. 영국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3.24총선은 여소야대로 끝났지만 더욱 뜨거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네 정치인들은 상대에 대한 비방보다는 정정당당한 정책홍보가 점수를 얻는 영국의 경험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권자들은 더 현명하며 이같은 사실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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