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총액임금제」에 대해 노조의 반발이 강력하다. 이에따라 예년 이때쯤이면 한창 진행되고 있어야할 노사간의 임금협상이 유보되고 있다. 올해의 임금협상은 당사자인 노사간의 협의에 앞서 노정간의 타협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형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총액임금제」의 채택을 앞두고 노조·사용자 등 관계자등을 상대로 나름대로의 홍보활동을 펴왔지만 결국 노조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셈이다. 또한 사용자들로부터도 적극적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정부 특히 노동부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당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임금체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총액임금제」를 도입하는 데 있어 노동부가 지나치게 임금억제를 강조해온 것이 노조의 반발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임금은 본질적으로 노사에 일임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임금 억제보다는 저임금 일소가 현안의 과제가 되어 노동부가 처음부터 임금향상을 목적으로 관여해 왔다. 정부가 노조편에 서있어 이런 면에서는 노정간에 마찰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임금인상 상한선으로 내세운 「총액임금기준 5%이내 억제」는 전형적인 임금억제정책,과거의 저임일소정책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띤다.
물가안정시책의 하나로 경제 위기시에 이러한 정책이 채택된 일이 있으나 어느나라에서도 뚜렷이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정책의 효과도 크지않으면서 근로자들의 불만만을 사기가 십상이다. 말하자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하면서 정치적 부담은 크다. 정부의 「총액임금기준 5% 이내 억제」 정책은 임금억제정책이면서 의도하는 임금억제를 효율적으로 관철하겠다는 제도개혁이다. 또한 상승폭을 5%로 묶어 근로자에 대해서는 상당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 상실의 주요요인중 하나가 6공 출범 이후의 폭발적 임금인상이므로 경쟁력 회복과 물가안정을 위해 대폭적인 임금인상억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노조측은 「총액임금제」 자체를 정부의 임금상승억제 도구로 보고있는데다가 임금상승폭을 소비자물가 상승수준 억제도구로 보고있는 데다가 임금상승폭을 소비자물가 상승수준(91년 9.7%)에도 못미치는 5%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므로 저항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측이 당초에 신발,섬유 등 저임금업체 5백여개를 대상업체에 포함시켰던 것도 정부의 임금정책에 대한 회의를 제고시켜준다. 정부가 현재 기본급과 제반수당 및 보너스 등으로 돼있는 복잡한 우리의 임금체계 그 자체를 「총액임금제」로 바꿔놓는다면 그것만도 엄청난 변혁이다. 총액임금기준 5% 억제강행은 무리다. 신축성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야간수당,융자등의 금융지원,성과급 상여금 등은 총액임금범주에서 제외돼있다. 정부의 임금억제효과가 다소 감소되더라도 이 신축성의 여지를 활용하는 것이 노정이나 노사의 마찰을 피하는 현실적인 타결책이 될지 모른다. 정부는 단계적인 접근책을 써야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