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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만의 개정시안… 의미와 파장(형법 대수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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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만의 개정시안… 의미와 파장(형법 대수술:1)

입력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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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현실사이 괴리 없애기/사회변화수용 사실상 새 제정/기본권 보장·신종범죄에 역점법무부가 지난 53년 제정된 형법을 근40년만에 개정하는 것은 낡은 법률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없애기 위한 대대적 작업이다.

기본법중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관계가 밀접한 형법이 내용상 새로 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폭 달라짐으로써 앞으로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법무부는 85년 6월24일 학계인사 12명,판사·검사·변호사 각 6명 등 전문가 30명으로 형사법개정 특별심의위원회를 구성,7년간의 연구검토와 2백50여차례 회의끝에 8일 형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 등 유관기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개정안은 최신 법이론과 판례·학설을 반영,52개 조항을 신설하고 39개 조항을 삭제하며 1백1개 조항을 수정했을 뿐아니라 모든 범죄의 형량을 재조정한 사법사상 최장시간이 걸린 최대규모의 법개정이다.

특히 제정당시 일본형법을 사실상 그대로 베껴냈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일본이 개정작업중인 일본형법 개정안 가안을 참조는 하되 독일 미국 스위스 등 선진 구미형법을 두루 검토,원용한 흔적이 엿보인다.

법무부는 법개정의 기본방향을 ▲기본권보장에 관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신형법이론에 맞춰 범죄론을 재정비하며 ▲형사정책적 요청에 따라 형벌제도와 형량을 정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경제·사회·윤리적 여건변화에 따른 범죄·비범죄개념 변화현상을 반영하고 ▲폭력행위처벌법 등 형사특별법을 형법에 흡수·통합하며 ▲형법체제와 용어를 개선·정리한것도 주요 특징이다.

가장 논란이 심했던 간통죄의 경우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가 세계적으로 폐지되는 추세이며 성은 개인의 사생활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문제로 법이 개입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법이론에 따라 일단 폐지키로 하고 29∼30일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릴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더 수렴,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간통죄와 함께 논란이 심한 낙태죄는 당초의 「폐지검토」에서 후퇴,모자보건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인 「부녀의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해하거나 강간 또는 혼인할 수 없는 친족간에 임신한 경우」에 대한 허용기준을 도입하는 선에서 절충됐다.

간통죄 폐지와 사실상의 낙태 일부허용은 대단히 진보적인 입법례로 국회통과때까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관련범죄,도청행위를 처벌하는 대화비밀침해죄,환경오염죄 등 사회변화에 따른 신종범죄의 처벌근거를 마련한 것도 개정안의 특징으로 꼽힌다.

그동안 처벌규정이 없거나 다른 법률의 애매한 규정이 사문화됐던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형법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야 한다는 각계의 여론이 수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복사 문서도 문서위조 및 변조죄의 객체가 될 수 있도록 한것은 복사문화의 발달과 최근 판례를 수용한 케이스로 각종 사무·계약 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영아유기죄와 해상강도죄 등을 통상의 유기죄와 일반강도죄로 처벌토록 삭제하고 공익건조물 방화·파괴죄,납세거부목적단체조직죄 등도 일반방화·범죄단체조직죄로 흡수했으며 폭력행위처벌법중 대부분의 규정,특벌범죄가중 처벌법상의 특수강간 등 형사특별법조항을 형법에 흡수,법체계를 정비하고 해석의 일원화를 꾀하고 있다.

또 새 형법 제1조에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행위도 벌하지 아니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선언을 명시,헌법정신을 재확인한 것과 법체제를 기존의 총칙­국가적 법익­사회적 법익­개인적 법익 순에서 총칙­개인적 법익­사회적 법익­국가적 법익순으로 바꾼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개인의 존엄과 기본권보장을 부각한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전시 군수·공수계약 불이행죄,전시폭발물제조·사용죄 등을 폐지,전시법령으로 적용토록 한것도 국가주의와 전시형법적 요소를 없앤 것으로 볼수있으며 외국인이 외국에서 범한 항공기 납치,통화위조죄 등을 처벌할 수 있게한 개정안 제7조는 세계주의의 첫 도입으로 이채롭다.

상습범의 일률적 형가중은 행위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반론을 받아들여 일률가중을 폐지하고 보호감호에 처하도록 한 것과 정범조문 신설 및 간접정범도 정범임을 명시한 것(제30조) 등은 학계의 논쟁거리였던 범죄론을 재정비한 것으로 신이론의 수용으로 볼수 있다.

유기형의 상한은 평균수명의 연장추세와 흉악범 엄벌주의 등을 반영하고 무기형과 유기형상한 사이의 공백이 커 대법원 판결상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을 수용,15년에서 20년으로 높였고 가중상한도 25년에서 30년으로 조정했다.

특히 징역형과 함께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선고할 수 있게 확대하고 소년범에만 적용되던 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수강명령 등을 집행유예선고시 등에 병과해 사회복귀와 재범방지 효과를 높이도록 한것은 단기자유형 남발의 폐해를 예방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심신장애→정신장애,부녀→여자,수괴→주모자,기관→보일러,신서→편지 등 어려운 법률용어를 개념의 혼돈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현대생활 용어로 바꾼것도 국민의 간편한 법이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릴 공청회에는 개인·단체의 서면의견제출이 전면 허용되고 특히 간통죄 폐지에 대한 반대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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