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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탈리아/기성정치에 염증 확산/유럽내 집권당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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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탈리아/기성정치에 염증 확산/유럽내 집권당 흔들

입력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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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반확보 여려움속 노동당 득세 예상/각종조사서 보수당에 앞서… 자민당과 연정 불가피【런던=원인성특파원】 6백50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영국 총선거가 9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대처를 앞세워 지난 80년대의 영국을 보수기조로 이끌어온 보수당이 전후 최장기 집권기록을 세울 것인지,아니면 13년동안 야당으로 남아있던 노동당이 세계적인 탈사회주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어느당도 과반수 안정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영국헌정사상 드물게 불안정한 정치 판도가 전개될 전망이다.

선거운동 기간중 실시된 50여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당이 2∼3% 가량의 우세를 꾸준히 유지해 오고있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최대의석은 확보하되 과반수에는 못미치는 여소의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1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한 것은 지난 26년과 74년 등 두번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권을 누가 차지하고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해 전문가들 조차 엇갈리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관측하듯 노동당이 과반수에 미달하는 최대정당이 될 경우 총리는 당연히 닐 키녹 노동당 당수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당 정부는 의회에서 안정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정책연합이나 연립정부구성 등의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 아니면 지난 74년의 경험처럼 적절한 시기에 다시 선거를 실시해 안정의석 확보를 시도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25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민주당에 일부 각료직을 할애,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과 올해말이나 내년초쯤 다시 선거를 치르는 두가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확률은 낮지만 보수당이 최대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 정계에서는 보수당이 과반수에서 10석 정도 미달할 경우에는 북아일랜드의 군소정당들과 제휴,존 메이저총리가 정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과의 의석차이가 근소하고 과반수에 10석 이상 미달하는 상황이 되면 복잡한 묘수풀이가 불가피해진다. 이경우 메이저에게는 총리직을 유지한채 다른 정당과 제휴를 모색하거나 사퇴하는 두가지 선택이 남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보수당이 비록 제1당이 된다하더라도 현재의 3백76석에서 의석을 크게 잃은만큼 사실상의 패배이며 이에따라 메이저는 총리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키녹은 비록 제2당이 되더라도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당도 과반수를 압도적으로 넘는 완승을 거두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당간의 제휴나 연립정부구성,아니면 재선거 실시 등 영국헌정사상 유례가 드문 정치게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따른 정치체제의 변혁,스코틀랜드 자치의회의 구성,패배한 보수당 지도부의 개편 등이 예상돼 이번 선거는 영국 정치사에 중대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탈리아/경제실정·부패만연… 중도좌파연합 참패/냉전체제 소멸로 공산당도 쇠락… 「지역주의」만 기승

이탈리아의 「4.5총선」 결과는 집권연정세력의 참패,공산당몰락,지역주의 기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집권연정의 과반수 득표미달은 향후정국의 풍향이 혼란 내지는 정치불안쪽으로 치우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기민·사민·사회·자유당 등 중도좌파 4당연합은 하원에서 48.8%,상원에서 46.3% 지지를 얻는데 그쳐 87년 선거(하원 53.7%,상원 49.1%)에 비해 현격한 세력감소를 보였다.

연정주축인 기민당의 대변인 엔조 카라는 「지진」이라는 표현으로 패배를 인정할 정도이다. 5%라는 지지율 감소보다는 과반수 득표미달이 집권연정세력에는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언론은 일제히 『4.5총선의 정치적 무게를 5%라는 수치로 저울질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즉 정치·경제적 개혁을 촉구하는민의를 집권세력이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논지다.

그러나 1천억달러를 웃도는 재정적자,마피아 등 범죄횡행,공공서비스부재,인플레 등 대부분의 사회지표가 바닥을 기고있어 집권세력의 참패는 예고돼 있었다. 또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했듯이,유럽전역을 휩쓸고 있는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염증이 이탈리아에서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냉전체제의 종식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격심한 이념대립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이기에 소련소멸·냉전체제 종언은 이번 총선에서 공산세력의 몰락을 몰고 왔고,아울러 우파인 집권기민당의 쇠퇴를 초래했다.

유럽최강의 공산당이었던 좌파민주당의 득표율은 87년의 26.6%에서 10%이상 하락했고 공산당재건파도 5.6% 득표에 그쳤다. 또 기민당의 연정제휴세력인 사회당도 큰 퇴조를 보여,총선전 기민당으로부터 총리언질을 받았던 크락시 당수의 운신폭도 큰 제약을 받게됐다.

반면 외국인 배척과 북부지역분리를 주장한 롬바르디아(북부)연맹은 9%의 지지율을 확인하는 등 지역감정을 앞세운 정당들이 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북부연맹은 『밀라노 피렌체 등 북부지역의 세금을 남부지역 개발에 쓸 수 없다』는 극단적 지역이기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이들의 득세는 이탈리아 정치발전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는게 지배적 견해이다. 이탈리아 국민이 이들을 집권대체 세력으로 지지했다기 보다는 집권세력의 무능에 대한 경종차원에서 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집권세력의 과반득표미달 대체세력취약」이라는 선거 결과속에서 이탈리아 정국은 당분간 혼란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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