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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김일성생일 축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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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김일성생일 축하(사설)

입력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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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장벽이 무너진 소위 대화해시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국민들은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나아가 한반도의 통일를 내심 바라지않는 나라가 있지않나 생각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을 두고 하는 소리이다. 그동안 일본정부나 정·재계 등의 지도급인사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한반도통일을 바라는 발언을 해 왔으나 말과는 달리 여러개의 속셈과 얼굴을 갖고 실리에 따라 남북간의 불화와 이간을 부채질하는 작태를 보여왔음도 부정하기 어렵다.일본 정부와 집권당이 또 한차례 납득키 어려운 행동을 연출하려하고 있다. 집권당인 자민당이 오는 15일 북한 김일성의 80세 생일을 맞아 일단의 축하사절단을 파견키로 한다는 것이다. 경제대국이며 책임있는 선진국의 일원임을 자처하며 국제적 도의와 원칙을 준수한다는 일본이 미수교국의 국가수반생일에 전례없이 중·참의원 19명이란 대규모의 축하사절단을 파견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는 일이다. 우리는 일본이 국가적 명예와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같은 결정을 취소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당인 사회당이 이번에도 중·참의원 등 1백여명의 맘모스 축하 사절단을 보내는 것은 전통적인 친북노선에다 북한으로부터 계속 모종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자민당의 경우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설득력이 없다. 도대체 모택동이나 등소평,부시대통령이나 엘리자베스여왕 생일에 대규모 축하단을 보낸 일이 있는가.

현재 일본국회가 유엔 평화유지 활동(PKO) 법안을 중요안건으로 다루는 시기임에도 축하사절을 보내는 저의는 뻔하다. 즉 한국을 자극 견제하는 한편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김을 고무 격려함으로써 장차 수교후 대북 경협 진출과 함께 한반도를 계속 분할 조정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찍이 국제정의와 도덕적 원칙에 입각하여 일본의 북한과의 수교 등 관계개선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교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남적화 포기 등 침략주의를 청산하고 핵 시설의 완전 사찰에 응해야하며 개방·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는 한반도 통일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 및 일본의 안전을 위해서도 지극히 바람직한 것이다. 대북 수교의 선결요건은 한국정부와 온 국민의 한결같은 요구로서 일본역시 이를 전폭 동의했음에도 지난 2년간 일본이 보인 대북자세는 관계 우방국들에게 불쾌감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일본정부가 가네마루 신(김환신) 부총재를 보내 기습적으로 수교의 물꼬를 트는가 하면 작년에는 느닷없이 북한을 국가승인하려고 기도했던 것도 그렇고,이번에 축하단을 보내는 것도 하나같이 국제적 신의와 원칙과는 거리가 먼 실리챙기기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침략주의를 포기하지도 않고 모두가 주시하는 핵 사찰도 시간끌기와 은폐로 일관하는 북한에 대해 아첨외교를 벌일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지난 30여년간 남편따라 북송된 2천여명의 일본인처중 단한명도 고국왕래를 못하게 하는 북한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 이익만 추구하면서도 도의를 운위할 것인가. 우리는 일본이 3중 4중 외교를 하루빨리 지양하고 국제적 양식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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