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산자니 정치적 입지강화·위세과시용” 분석/“아랍결속 해친다” 이라크 뚜렷한 보복징후 없어중동지역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이란이 5일 이라크내 무자헤딘 할크(이슬람 인민전사) 거점을 전격 폭격함으로써 지난 88년 페르시아전 종전이후 3년여만에 양국간 갈등과 반목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란의 이번 공습은 과연 제2의 페르시아전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인가.
현지 외교관측통은 이번 사태가 이란과 이라크간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회의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이라크의 어려운 국내외 상황을 자국정치판도에 역이용하려는 이란 라프산자니정권의 단기전술로 풀이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라크는 현재 핵무기개발 등을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반체제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저항확대 ▲대이란전·걸프전 등 잇단 전쟁에 따른 경제피폐 및 국민의 전의상실로 곤경에 처해있다.
이같은 이라크의 중첩된 난국은 오는 10일 마즐리트(총선)를 앞둔 「숙적」 이란의 집권세력에게는 놓칠 수 없는 호기가 된 것이다. 온건노선을 지향해온 라프산자니대통령은 집권이후 줄곧 이슬람근본주의를 내세운 강경파의 도전에 직면,정치적 입지강화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라프산자니대통령은 호메이니사망이후 이라크 등 주변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서방측과도 관계정상화를 꾀하는 등 유화적인 외교정책을 취해왔다. 때문에 의회내 다수를 차지한 강경세력의 불만이 팽배하면서 정국 주도권 쟁탈을 위한 강·온건 양파의 암투가 「위험수위」까지 이르게됐다.
더욱이 얼마전 강경파 핵심세력은 라프산자니 옹호파에 의해 주도된 「총선 입후보자격 심사」에서 다수인사가 탈락하자 강력히 반발,총선거부 불사의지를 표출해왔다.
라프산자니대통령은 해외망명세력의 지원을 받는 강경파의 이같은 반체제활동을 차단하고 총선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라크카드」를 활용했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란이 이라크공습을 위해 내세운 표면적인 명분은 이라크내에서 암약하는 이란반체제 무력단체인 무자헤딘 할크의 징벌이다.
그러나 이란과 이라크는 지난 88년8월 유엔중재로 8년전쟁을 끝낸후 지금까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그런대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게 사실이다. 이라크가 막다른 궁지에 몰렸던 걸프전때도 이란은 서방측과 이라크의 사이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라크는 예상밖의 일격을 받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라크측은 사태가 발생하자 유엔과 아랍연맹에 「긴급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직접 이라크공군 사령부를 긴급 방문해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이라크의 즉각적인 무력보복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유엔의 대리비아 제재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더 이상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에 아랍권의 결속을 해치는 「빌미」를 제공해선 안된다는 주변국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이란측이 국내문제를 외부로 돌림과 동시에 역내 군사적 강대국의 위세를 과시하고 주변국과의 역학관계를 새로이 재정립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피침략국의 응징권을 내세워 힘에 의한 보복책을 강구할 경우 페르시아만에 또 다시 전운이 형성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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