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찰청5층 형사국장실 주변은 쓸쓸했다. 지난5일 하오 뜻밖에 51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순직한 최남수 치안감이 하루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던 곳에서는 슬픔만 우러나고 있었다.최고위경찰 순직자로 기록된 그의 업무는 범죄를 줄이기 위한 전쟁 그 자체였다.
농담을 즐기는 최 치안감이 생전에 유독 심각한 표정으로 『죽을뻔 했다』며 털어놓은 회고담이 하나 있었다.
최 치안감은 79년에 강원도경 경비과장(경정)으로 사북사태를 맞았다. 탄광으로 진입하던 경찰 3백38명은 광원들의 기습으로 풍비박산돼 버렸다.
지서로 철수 한뒤 살펴보니 몸이 성한 경찰관은 18명에 불과했다. 한 택시운전사가 경찰관 5명이 광원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해왔다.
선뜻 구출자원자가 나서지 않았을때 그는 총경으로 진급한 동기들,경찰투신후 불우했던 경력 등이 한번에 떠오르면서 「죽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부하들을 이끌고 미친듯이 경봉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서슬에 넋이 빠진 광원 1백여명은 부상경관을 실어나르는 것을 멍하니 보기만했고 구출작전은 20여분만에 끝났다.
이때부터 『경찰 생활은 역시 몸으로 기합으로 하나 잘 풀리더라』는 말이 입버릇이 된 최 치안감의 싸움은 그뒤 길고 지루한 지구전이 됐다.
지난해 7월 형사국장이 된뒤 범죄와의 전쟁엔 영일이 없었고 2개월가까운 선거사범단속이 끝난뒤에도 철야근무가 계속됐다. 순직당일 수사관 4명을 데리고 산책을 나섰던 최 치안감은 쓰러져 숨을 거두며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사력을 다해 막아보려던 5대범죄는 올들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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