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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음주운전 처벌기준」논쟁(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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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음주운전 처벌기준」논쟁(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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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독 통일때 합의실패… 차별적용 모순/“사고 줄인다” “범법자만 양산” 팽팽 맞서/0.8이냐 0.5냐【베를린=강병태특파원】 『0.5냐,0.8이냐』­독일에서는 최근 음주운전 처벌기준치를 새로 정하는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음주운전 처벌기준은 현재 서독지역과 동독지역이 서로 다르다. 서독의 경우 혈중 알코올농도가 1천분의 0.8을 넘으면 최고 3천마르크 벌금 및 최장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고 1천분의 1.1이 넘으면 최고 5년의 금고형과 함께 최악의 경우 영구면허정지 처분을 한다. 반면 동독지역은 공산체제 하에서의 0%기준,즉 음주운전 전면금지 규정이 그대로 적용돼 사고를 내지 않아도 음주운전자는 최저 3개월간 면허정지 등 처벌을 받는다.

통일 당시 통독측의 반대로 통일시키지 못한 이 음주운전 처벌기준은 통일 조약에서 금년말까지 조정하도록 유보돼 있었다. 이에 따라 수도 베를린 내에서도 원칙적으로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에 각기 다른 단속기준이 적용되는 불합리한 상태에서 새로운 통일 기준마련을 위한 논의가 계속돼 왔다.

주무부처인 교통부에서는 그동안 동서독지역간의 상이한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통일하는 기회에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서독의 「1천분의 0.8」기준보다 강화된 「1천분의 0.5」기준을 채택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같은 기준강화는 특히 유일한 동독출신 각료인 크라우제 교통부장관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크라우제장관 등 「0.5」 기준도 입론자들과 언론은 혈중 알코올농도 1천분의 0.8선의 음주운전에서는 사고확률이 정상인의 4배에 이르지만 0.5선에서는 2배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주장하고있다.

따라서 전체 교통사고의 10%(90년의 경우 3만2천여건),사망사고의 18%(1천4백명)에 이르는 음주운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준강화 주장에는 킨켈법무장관과 야당 사민당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내의 다른 각료들과 특히 집권연합내의 기사당(CSU) 및 연정파트너 자민당(FDP)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혈중 알코올농도 1천분의 0.8과 0.5상태에서의 음주운전사고율의 차이가 실제 의학적 법률적 통계에 의해 전혀 뒷받침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혈중 알코올농도 1천분의 0.7부터 알코올의 영향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운전능력에 미치는 정도는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무조건 기준을 낮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성인의 79%,남자성인의 89%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사회에서 단속 기준치를 0.5로 낮추면 성인의 절반 이상을 운전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측정 평균치가 1천분의 1.6이고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기사당의 거점 바이에른주에서는 2.3임을 들어 현재의 0.8기준으로도 예방효과는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사회심리학자들은 『자동차와 알코올은 모두 독일사회에서 생활의 활력소처럼 돼있고,특히 함께 마시지 않으면 사회구성원이 아니라는 정서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지적한다.독일인들은 점심때는 물론,아침식사에도 맥주를 빼놓지 않는 주당들이 많고,공식회의나 TV공개좌담 등에서도 맥주 포도주 샴페인 등 갖가지 술을 음료수처럼 마시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사회에서 단속기준을 너무 강화하면 교통사고 예방효과는 없이 「범법자」들만 무더기로 만들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현재도 혈중 알코올농도 0.8상태의 음주운전자는 6백명의 1명꼴로 적발되는 상황에서 기준을 0.5로 낮추면 적발률이 한층 높아져 오히려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훼손시키는 부작용만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어쨌든 크라우제장관 등 기준강화론자들은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단속기준을 0.5로 낮추더라도 국민들의 「생활의 활력소」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음주운전 캠페인 등에서는 『맥주 두잔도 많습니다』식으로 음주효과를 과장해 왔지만,실제로는 몸무게 70㎏ 남자의 경우 맥주는 2백CC짜리 10컵,즉 2리터를 마셔야 혈중 알코올농도 1천분의 0.8선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든다. 이에 따르면 기준을 0.5로 강화하더라도 맥주 5컵(1리터)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정치지도자들부터가 술을 즐기고,바이에른주 정부부처의 퇴근시간에 직원주차장 앞에서 실시한 음주체크에서 3분의1이 「0.8」기준을 넘는 음주운전자로 확인된 사례등을 들어 기준강화안의 관철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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