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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의 일 경제」 기우는가(해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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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의 일 경제」 기우는가(해외경제)

입력
199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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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멸로 투자심리·경제지표 악화/“재고조정 실패… 일시 불황” 낙관론도/“본격 저성장궤도 진입”엔 의견일치【동경=이상호특파원】 「불량의 경제」 「항공모함경제」라 불리던 일본경제가 최근 위기론에 휩싸였다. 석유위기와 엔고 불황 등을 후륭히 극복했던 일본경제지만 최근 버블(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후유증이 깊어지면서 잇단 금리인하 등 긴급경제 대책이 잇달아 발표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일로에 있고 기업가의 투자심리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10∼12월 국민총생산(GNP)은 전기비 마이너스였으며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연속 5개월 감소했다. 지난 2월의 광공업생산은 전기비 4.2%가 떨어져 75년 11월이후 최고의 낙차를 보였다. 재고가 남아돌아 백화점은 울상이고 기업의 수익은 크게 떨어졌으며 주가도 폭락했다.

더구나 땅값에 물리고 주가에 울며,전보다 높은 금리에 속을 썩이는 기업가들은 투자자체를 기피하는 「심리불황」에까지 걸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긴급 경제정책도 기업가 심리회복에 중점을 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불황이 악성인 것은 아니며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최근 불황의 원인이 구조적인 차원이 아니라 일시적인 재고조정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있다.

구조적 결함이 아닌 경기변동 상태에서의 일시적인 성장의 감속이 수요·공급간에 갭을 낳았고 그 결과 지난해초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재고는 기업에 큰 부담을 주었다는 것.

이에따라 많은 기업들은 생산조정에 나섰으며,한 기업의 생산조정은 원료 및 부품을 공급하는 많은 기업들에 타격을 주어 불황감을 일시에 심화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진행상황과 정부의 각종 대책 등을 보면 현 상태는 「연차륙」을 향한 저공비행에 비유할 수 있으며,일단 재고조종이 끝난후에는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올 성장목표 3.5%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 ▲꾸준한 민간건설 수주와 높은 고용수준,안정된 소비자물가 등으로 인한 내수확대 ▲지난 2월 전년동기비 13%(달러기준) 증가한 수출이 증명하는 수출확대 ▲수입가격 저하에 따른 원자재 가격하락 등을 들고있다.

이러한 주장은 국내외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있다. 미쓰비시(삼릉)은행은 고수준의 고용·설비가동률·기업수익률 등을 따져 현 상태를 「성층권 불황」이라고 규정했으며,영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일본의 경기후퇴론을 구미인들은 믿지 않는다. 「기적의 성장」시대에도 일본인은 위기라고 울부짖었다』며 거리에 실업자도 없고,소득수준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왜 불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현 일본경제에 대해 일본인들이 느끼고 있는 점은 두가지 면에서 일치하고 있다. 하나는 버블의 바람을 타고 끝없이 팽창했던 헤이세이(평성) 경기가 이제는 노동력 부족,시장성숙화 대외마찰 심화 등 성장제약 조건의 영향으로 저성장궤도에 진입했으며,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과제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국가전체에 「심리적 불황감」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불황이 구조적인 것이든 일시적인 것이든 간에 주가·땅값의 폭락,기업수지 악화 등으로 온 국민이 「불황」 이라는 감정상태에 빠져있으며,이같은 현상은 바로 「회사주의 사회」인 일본의 특성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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