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내내 총선기사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던 신문지면 사이로 밝은 기사 하나가 눈길을 확 끌었다.선거 뒤끝에도 민생문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권경쟁에만 혈안이 된 집권여당의 사분오열하는 행태,어쩔 수 없이 그것을 추적보도해야 하는 신문들의 시시콜콜한 관련 기사들로 해서 정치자체가 더없이 식상해진 요즘에 그 기사는 청량제처럼 신선하기만 했다.
「실업고 취업률 사상최고 95.8%,공업계는 99.94%」라는 제하의 이 뉴스는 3월30일자의 몇몇 신문에만 크지도 않게 보도됐었다. 교육부가 지난 2월에 전국 6백91개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22만8천6백41명의 취업실태를 집계분석한 것이다.
90년도에 이미 실업계 고교의 평균 취업률이 90%선을 돌파했으며 올해의 그것이 지난해 보다 0.2%포인트 상승한 것이니 뭐 그리 대수로우냐고 생각했음직도 하다. 하지만 12년전인 81년의 실업고 평균취업률이 58%남짓했고 공업계 고교 취업률도 62%정도여서 실업계 고교생들을 절망케 했던 때를 되돌아 보면 이게 어디 보통일인가.
그러나 1백%나 다름없는 공업계와 수산·해운계(99.55%) 취업실태와 96%에 가까운 실업고 전체 취업률이 시사하는 진짜 의미는 수치의 급상승보다는 더깊은 곳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독립국가 건설과 함께 출발한 우리 교육의 「잘못된 시작」이 비로소 바로 잡히는 조짐이 엿보이는 것이랄 수 있다. 인문계 위주로 시작된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이 만들어 놓은 왜곡된 고학력 풍조가 시정되려는 청신호라는 뜻이다. 우리 전래 공맹가치관의 허구가 붕괴되는 팡파르와도 같다는데 또한 참뜻을 찾을만하다.
새봄의 새싹같은 이 조짐은 어디에서 나온것일까. 우선은 우리 기업들이 기능인력 위주이 실리에 눈떠 생산현장에서 공업계 졸업생 등 실업고졸자를 과감하게 채용하게 됐으며 생산직 기초기능 인력난이 80년 후반부터 가중되기 시작했다는 상황변화를 맞게된 원·근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89년 또는 90년부터 4년근속 고졸사원의 임금을 대졸 초임보다 높게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먹혀들어가 2년전부터는 고교연합고사 평균성적에서 실업계 고교가 인문계 고교생보다 높게 나타날 정도로 실업계고교 선호현상으로 이어졌다.
2세 교육은 출발때부터 이런식으로 추진했어야 옳았다. 그 「잘못된 시작」이 기업과 학생과 학부모들에 의해 시정되는 횃불이 당겨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결과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99.94%의 공업계 취업률의 실상도 현재는 분명치가 않다. 일부 대기업들이 생산라인의 단순공 인력난을 땜질하기 위해 돈 몇푼 더주고 공고졸업생을 채용했다면 취업률 1백%는 무의미하다. 전공계열에 맞는 업종에 제대로 취업을 해야 그게 진짜다.
실업고 취업실상이 그렇게 되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 책임의 절대몫은 교육부와 실업계 고교에 있다. 이론만이 아닌 기능과 실기를 익힐 수 있는 실용교육을 할 수 있도록 실험·실습기재를 교육부가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초기능인력을 책임지고 길러내야 한다.
공고를 확충해 인문계 고교진학자를 더 많이 그 쪽으로 유인해야 한다. 이것의 성패야말로 기술국가주의 경쟁속에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사다. 입시지옥을 해소하는 첩경이기도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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