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재선등 겨냥… 영·불이해도 맞물려/중국등 제3세계 반발커 성과는 미지수유엔안보리가 31일 대리비아 제재결의안을 가결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과 리비아가 본격적인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비록 리비아에 대한 항공운항 금지 및 무기금수 등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이는 종국적으로 서방측의 군사제재까지 전제한 적극대응 전략의 예비포석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88·89년의 잇단 미팬암여객기 폭발사건이 야기된지 3년여의 시간이 흐린 시점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대리비아 제재결의안 통과를 적극 밀어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서방3국은 국제평화와 질서를 위협하는 테러단체 및 테러지원 국가를 응징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계기로 ▲카다피 정권의 국제적 고립을 통한 제3세계에의 영향력 차단 ▲아립권내 리비아의 입지격하 ▲서방측의 중동영향력 확대 등을 노리고 있다.
특히 소련붕괴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미국은 누구보다도 단호한 입장이다. 이미 29일 리비아 소유의 46개 다국적기업에 대한 자국내 자산동결 조치를 취한 미국은 이번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으며 끝까지 리비아의 굴복을 얻어낸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부시 대통령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있다. 즉 카다피의 항복을 얻어낼 경우 그의 재선 전망은 한층 밝아지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또한 견실화할 수 있다는 복안인 것이다.
시리아와 팔레스타인까지도 미국의 설득으로 중동평화 회의에서 참석하는 상황이고 이란 또한 걸프전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에 미국이 「리비아 길들이기」에만 성공하면 이 지역에서 미국에 공개적인 적대감을 표할 정권이나 국가는 거의 전무하게 된다.
이와함께 총선을 목전에둔 영국의 메이저 총리와 89년 니제르 상공에서 프랑스 항공기를 공중폭파시킨 리비아 혐의자의 신병 인수를 기대하는 프랑스 집권사회당의 이해도 맞물려 있다.
이에대해 리비아는 여객기 폭파용의자에 대한 자체조사결과 이들은 혐의점을 찾을 수 없으며 더욱이 미국·영국과는 범인 인도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여서 국제법상 인도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리비아는 또한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넘겨 시간을 끌며 ▲서방측 제재를 『제3세계의 약소국에 대한 자본주의 국가의 핍박』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아랍동맹 국가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먼저 기존 유엔결의안을 이행해야 리비아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전략을 써 서방측 예봉을 피해왔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측의 대리비아 제재조치가 이들 국가의 당초 목표대로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31일 결의안 통과를 놓고 실시된 15개 이사국 표결에서도 미국 등이 민장일치를 위해 강력한 로비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상임이사국)과 인도 짐바브웨 모로코 카보베르데 등 5개국이 기권한데서 알 수 있듯이 제3국들의 반응이 녹녹지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권국은 ▲제재결의안은 마지막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외교적 해결노력이 강화돼야 하고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결과를 지켜본뒤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이들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친서방 아랍국의 반발도 거세다.
이날 채택된 유엔 결의안 748호는 리비아측이 용의자들을 서방측에 인도하는 등 이전 유엔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주후인 오는 15일 자동발효된다. 서방측은 이번 결의안 통과로 무력사용을 허용한 유엔헌장 제7조에 따라 군사적 행동까지 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의 경우와 같이 무력으로 리비아 사태에 대응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측의 한 군사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9만∼10만 가량의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군사작전은 불가능하다.
외교 전문가들은 또한 『지난 71년 몬트리올협정 등 국제법에 비춰볼때 리비아가 미국 등에 용의자를 넘겨줄 의무는 없으므로 서방측의 신변인도 요구가 무리라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여하튼 이번 리비아 사태로 힘을 앞세운 「미국주도의 강압외교」가 걸프전의 경우처럼 먹혀들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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