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법원부조리 척결을 요구하고 나서자 법원은 당혹스런 표정속에 연일 구수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수개월전 검사출신 변호사가 법조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경험을 토대로 쓴 「하얀나라 까만나라」라는 소설을 펴내 법조계의 화제가 됐을때 『허구의 세계를 그린 소설일뿐』이라며 일소에 부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변호사는 검사경력이 짧아 사건의뢰 건수가 별로 없자 판사들과의 교제를 위해 골프와 마작을 배우고 룸살롱 등에서 향응을 제공한다. 판사들과 잘 사귀어 수임 사건의 승소율을 높여 능력있는 변호사로 자리 잡아가기 위해서였다.
변협이 30일 발표한 법원 부조리 사례보고서에 등장하는 현직 판사들의 모습도 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일단 보고서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비리내용을 철저히 조사,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징계키로 방침을 정했으나 일부 법원관계자들은 『보고서 내용은 변호사 개인의 주관적인 불만을 과장하거나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친 감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판사들이 보석·구속적부심 신청 등과 관련해 변호사로부터 골프접대·향응제공을 받는 행위,판·검사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의 폐해,법원창구 직원들의 급행료 수수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다수 소장판사들이 그동안 고질화된 법원 부조리에 대한 국민들의 팽배한 불만이 변협을 통해 표출된 것인만큼 문제제기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두명이 아닌 절대 다수의 변호사들이 『판·검사들이 사직후 변호사가 될 경우를 생각해 갓 개업한 선배들의 수임사건을 무조건 성공시켜주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고 주장하는데도 감정에 치우친 이야기로만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차제에 법원부조리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이를 척결해 나가겠다는 용기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은 그만큼 멀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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