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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소멸/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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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소멸/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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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이 「강제」 해산을 당했다. 현행 정당법이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지 못하거나 전국득표율이 2%에 미치지 못하는 정당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민중당은 민자당이 유례없는 압승을 거두었던 지난번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광산촌과 근로자 밀집지역 등에서 선전,2명의 당선자를 냈다. 이때의 전국 득표율은 0.5% 였다. 그래서 민중당은 이번 총선에 나름대로의 기대를 걸었다.

진보세력의 역량이 증대되었을뿐 아니라 새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심리에 한가닥 희망을 건셈이었다.

민중당은 이번 총선에서의 참패요인을 금권선거의 여지가 많은 현행선거운동 방식과 소선거구제도,여기에다 유권자들의 사표방지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가지 모두가 제도권 정당으로서 극복해야할 과제이지 그것이 피해 갈 수 있는 장애는 아니었다.

민중당은 전민련 중에서 가장 먼저 「제도권 정당화」를 주장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당시 「정치활동」을 선언했던 전민련 인사중 민중당 창당에 동참을 거부했던 인사들은 이후 기성야당에 합류해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원내진출에 성공했다.

전민련 세력은 민중당·신민주연합·민주연합의 순서로 「제도권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그 역순으로 제도권 진입의 성공도가 나타나 버렸다.

결국 가장 먼저 제도권화를 주창했던 민중당 인사들이 제도권 진입에 우선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민중당의 실패와 관련해 한 야당인사의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인사는 영국의 자유당이 노동당으로 변화되어간 과정을 예로 들었다. 개혁·진보세력이 조금씩 자유당에 「침투」해서 서서히 주도권을 장악,결국은 당전체를 노동당으로 변신케 했다는 것이다.

민중당이 이번 선거에서 전체지역구의 3분의 1에 후보를 내고 1.5%를 넘는 득표를 한것은 상당한 성과일 수 있다.

민중당은 해산되었지만 진보세력의 사회침투는 성공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민중당 해산을 보면서 새삼 아쉬운 것은 많은 벽을 뛰어 넘어야만할 진보세력들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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