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의 3·24 총선거 후유증을 매듭짓기 위한 후속조치가 빠르다. 한주일도 못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에 대한 당무위임과 5월 대통령후보 경선 전당대회 등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고 이어 3·30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3·24총선거로 느슨해졌던 국정의 리듬을 신속히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다행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통치의 속도도 그렇지마는 그것보다는 민자당에 대한 정치적 결정과 부분개각에 대체로 순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각규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팀장으로 하고 있는 현 경제팀을 그대로 유임시킨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감안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이와 관련하여 유의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김종인 경제수석의 후임으로 이진설 전 건설부장관을 낙점하는데 최 부총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것이다.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간의 협력체계가 보다 원활하게 될것으로 기대를 갖게한다. 부총리와 경제수석은 사실상 경제팀의 쌍두마,경제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은 이들의 관계에 좌우된다는 것은 우리경제가 체험해온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부총리가 직급은 상위이나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힘은 경제수석이 더 강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경제수석이 사실상의 부총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수석은 또한 다른 대통령 수석들이나 마찬가지로 「권한」만 갖고 「책임」을 지지않는 「특전」을 갖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할때 불협화음은 커진다. 국정의 혼란이 증폭된다. 본인 스스로 누구보다 경제에 달통했던 박정희대통령은 이러한 폐해를 통찰,참모인 수석보좌관들의 월권을 통제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노 대통령의 경우는 통치스타일이 다르다. 그는 수석보좌관들에게 크게 의존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순부총리가 당시의 문희갑 경제수석과의 불화끝에 밀려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최각규 현 부총리도 퇴임하는 김종인수석과 호흡이 늘상 잘 맞았던 것은 아니다.
최 부총리와 이 신임 경제수석은 경제기획원장·차관으로 한배를 탔었을뿐만 아니라 경제정책 방향에도 별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수석이 노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에서 갖던 「실세」라는 것이 없어짐으로써 부총리가 명실공히 경제팀의 팀장으로서의 위상을 찾을 수 있게 된것이 부처할거주의를 지양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최 부총리를 경제팀장으로 유임시킨 이상 그에게 대통령의 무게를 얹어 외압으로부터 보호하고 장애물을 철거해줘야 한다.
노 대통령의 레임 덕(절름발이 오리·권력누수)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석양의 잔광으로나마 비춰주지 않는다면 길을 잃을 수가 있다. 모든것이 그렇듯이 정권도 끝이 중요하다. 끝이 좋아야 좋다. 노 대통령의 6공도 끝내기를 잘해야 한다. 그는 이미 끝내기 전략을 밝혔다. 지난1월 연두시정 기자회견에서 국정의 정치와의 분리와 물가안정·국제수지 개선에의 총력경주를 밝혔다. 최각규 경제팀의 정책목표는 물가(소비자 물가기준) 8%,무역수지 적자 1백억달러 이내로 설정했다.
성장을 희생시키더라도 안정을 확립해야겠다는 것이다. 안정 없이는 재도약의 발판도 없다. 이에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정정책은 인기가 없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가계 특히 중소기업에 고통이 따른다. 신발,섬유,전자 등 노동집약적 중소기업의 도산이 급증하고 있다. 농촌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미 오는 12월에는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이미 그 서전이 시작됐다. 여당의 대통령 입후보자는 안정정책을 선호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6공은 안정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또한 초기의 경제실정을 만회하는 최선의 길이다.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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