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동결 경영 정상화 일조/대법까지 1∼2년 더 걸려/은행측도 추가지원 의사 특혜 “의혹”한보주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1년1개월만에 기각됐다. 서울민사지법 합의50부(재판장 정지형 부장판사)는 30일 한보주택이 수서쇼크로 인한 갑작스런 파탄위기에서 벗어나고 있고 그룹계열사들도 건재해 법정관리 요건에 맞서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 회사의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개시) 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법원의 이같은 결정을 「예정된 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법원의 법정관리 신청수용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한보철강 등 한보그룹의 계열사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다 부동산 등 담보물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원이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간에 기각결정을 1년1개월이나 끌어준 사실이다. 한보의 속셈도 법정관리 신청의 수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정관리 결정여부를 장기간 끌어 재산보전 처분기간을 가능한한 연장시키는데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왜나하면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채무가 20여년간 동결되는 이점도 있으나 자칫하면 회사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보주택의 법정관리 신청은 부도를 피하기 위한 시간벌기 작전이었고 결국 성공한 셈이다.
6공 최대의 정치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수서파동에 휘말려 그룹해체 위기에 몰렸으나 한보주택에 대한 채무동결로 그 위기를 모면했다. 법원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심사하는 동안 한보주택에 대해 재산보전처분 명령을 내렸기 대문에 1천40억원에 달하는 채무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일단 없어졌던 것이다.
이번에 서울 민사지법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다시 빚을 갚아야 하지만 한보는 이에대해 고법에 즉시 항고할 예정이고 또 고법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대법원에 재항고할게 분명하다. 그래야만 법원이 주는 합법적 특혜인 재산보전 처분명령을 최대한 연장,막대한 채무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유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까지는 앞으로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한보의 시간벌기 작전이 주효했고 이로인해 연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계에서는 앞으로 최소한 1년이면 한보그룹의 경영정상화가 충분히 가능,재산보전 처분명령으로 동결된 채무가 되살아나더라도 그때가면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보주택의 동결 채무액은 모두 1천40억원으로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이 9백억원,일반 채권자가 90억원 등이다.
조흥은행의 경우 부동산 담보가액이 공시지가 기준으로 9백15억원에 달해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이며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한보주택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제 한보주택을 포함한 한보그룹 전체의 경영정상화는 시간문제인 것이다. 법원으로서는 채무동결을 20년동안(법정관리) 허용할 수는 없지난 2∼3년(재산보전처분)은 봐줄 수 있는 입장이고 한보그룹이나 주거래은행으로서도 이정도의 「특혜」라면 경영 정상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될 경우 대부분 빚잔치(청산)에 들어가거나 제3자 인수가 관행이었지만 한보만은 예외가 인정된 셈이다. 기각결정까지 1년1개월이라는 많은 시간이 걸린것도 유례가 드문 일로 한보측의 시간끌기 작전에 동조한 셈이어서 결국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선례를 다른 재벌들도 악용할 경우 선의의 채권자들이 많은 피해를 봐야 한다. 이와함께 정경유착에 따른 뿌리깊은 재벌특혜 의혹이 씻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남정밀 부도사건이 한보주택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터졌으나 금융당국은 유망 제조업체인 아남은 부도를 방치한 반면 정치·사회적 물의를 빚은 건설업체는 「보호」해준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