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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장발장/“너무 배고파”절도 밥먹듯(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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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장발장/“너무 배고파”절도 밥먹듯(등대)

입력
199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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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특수 절도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갇힌 서성한씨(32)는 불안한 다른 피의자와 달리 편안한 표정이었다. 86년 이후 3차례 특수절도 미수죄로 집행유예 1번,1년 실형2번을 받아 쇠창살에 익숙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밥과 잘자리가 해결됐다』는 「안도감」때문이었다.6·25전상자인 아버지 밑에서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못한 서씨는 77년 고향인 강원 춘천시를 떠나 무작정 상경,15년동안 서울서 밑바닥 생활의 모든것을 경험했다.

몸으로 때워 숙식을 해결할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해댔으나 체질도 약해 신경쇄약·위장장애·대인기피증까지 겹쳐 수시로 자리보전을 해야하는 서씨를 어느곳에서도 오래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았다.

이를 극복기 위해 끼니까지 굶어가며 번돈을 「마인드컨트롤」학원에다 털어넣었으나 「나랏님도 구제치 못하는 배고픔」은 그를 범죄로 밀어넣었다.

86년 7월 며칠을 굶어 「하늘이 노란」상태서 시내 한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먹을 것을 찾으려하다 경찰의 눈에띄어 첫 「전과」가 기록됐다. 이때 죄명은 식당앞의 열린 트럭좌석 밑에서 나무젓가락을 꺼낸 「절도죄」와 이 젓가락으로 식당자물쇠를 열려했던 「특수절도미수죄」 두가지였다.

당시는 집행유예로 옥살이를 면했지만 그뒤 87년과 90년에 다방과 맥주집을 털려다 미수에 그쳐 각 1년씩 실형을 살았다. 밤중이지만 행인들도 많은 도심의 훤한 가로등밑서 셔터문을 열겠다고 끙끙대다 붙잡힌 어리숙한 「상습특수 절도범」이었다.

이번 4번째 「범행」도 같은 동기에 같은 수법이었다. 최근 이삿짐센터 일을 하다 가구에 찧이는 바람에 가지고 배운것 없는 서씨로선 밥줄과도 같은 손가락 2개를 크게 다쳤다.

선거직후 성한 오른손만으로 벽보제거일도 해보았으나 밥값조차 해결할수 없었던 서씨는 지난 29일밤 길가 전자오락실 셔터를 뜯고들어가 동전 13만여원을 들고 나오다 4번째로 붙잡혔다.

형사들도 이 「장발장형」 범죄자를 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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