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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과거 눈으로 확인”

입력
199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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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등 일인 9명 일제침략 흔적찾아 방한/“학생 가르치며 교과내용 왜곡에 갈등/일인,겸허히 사실 수용을”정신대문제를 비롯,일제 36년의 상처를 일본정부가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침략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인식하려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일제침략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긴 이름의 일본인 한국방문단은 지난 26일 입국,나흘동안 일정으로 전국각지의 일제침략 유적지들을 답사했다.

방문단 일행은 2년전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이야기한국사」란 한국역사소개서를 교재로 한국어와 역사를 공부해온 모임으로 9명중 6명이 초·중학교 현직교사이다.

26일 상오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하오부터 답사일정을 시작,3·1운동의 현장인 탑골공원과 안중근의사기념관,숱한 독립투사들이 고문당하고 숨져간 서대문형무소 터를 둘러보았다.

27일에는 일제탄압의 상징인 조선총독부건물(중앙박물관)과 일제침략의 서막이자 몰락하는 조선왕조의 치욕이 서린 경복궁내 민비시해현장을 답사한데 이어 28일에는 3·1운동 당시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던 경기 화성군 향남면 제암리 제암교회와 충남 천안에 건립돼 있는 독립기념관을 방문,일제의 만행을 눈으로 확인했다.

또 29일에는 옛 일본식 가옥이 아직도 남아있는 서울 중구 장충동과 회현동,남산 등을 둘러보고 저녁시간엔 중앙대부설 외국어교육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과 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한 토론도 벌였다.

국민학교 교사인 하라다·가즈코씨(37·여)는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쳐 오면서 교과서의 내용과 들어온 역사적 실체가 달라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며 『지난날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를 확인함으로써 역사의 인식과 현실교육에 눈을 뜨게 된것같다』고 말했다. 하라다씨는 『학살과 징용,정신대 등 과거 일본의 행적이 드러난 이상 일본인들은 더 이상 「군국주의의 오류」,「과거의 수치」 정도로 치부할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하나의 사실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기념관 답사때 한 노인이 일본인임을 알아보고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쳐 충격을 받았다는 이들은 『한국민의 상처가 단순한 물질적보상이나 수사학적 사과만으로는 해결될수 없을 정도로 깊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과거를 잊고 한발짝씩 양보하자는 말은 최소한 한국인들에게는 공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방한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본어판 한국관광안내 주간지인 「코리아 파노라마」의 편집장 오카다·오사무씨(40)의 주선으로 이루어진것.

오카다씨는 지난 89년 「일제침략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여행프로그램을 마련,이번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2백여명의 일본인 한국방문을 주선해 왔으며 유적지 안내와 한국인과의 대화알선을 해왔다.

일본중앙대 법학과 출신의 오카다씨는 대학재학 시절부터 한일근대사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하나의 역사사실에 대해 두 나라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데 의문을 가져왔다. 졸업후 출판사에서 일해오던 그는 79년 한국여행과 82년 교과서 왜곡사건 등을 계기로 「일본이 말해온 역사」가 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서울과 동경을 오가며 대학도서관·박물관·유적지 등을 계속 답사했으며 87년부터는 아예 한국에 머물면서 잡지 등에 일본침략사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등 그릇된 역사의식의 교정에 힘써왔다.

오카다씨는 이번 방문단은 『이들이 모두 전후세대인데다 2세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있다』고 강조하고 『이들이 일본에 돌아가면 학생들에게 좀더 자신있게 「사실」을 가르칠수 있게 될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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