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폭력대부」재판/배심원 평결 눈앞/고티 유죄판결 가능성에 “마피아 보복”우려/「지하세계」폭로 그라바노 숨기기 극비작전【뉴욕=김수종특파원】 4주째 계속되고 있는 뉴욕 마피아의 최대파벌인 감비노가의 대부 존 고티에 대한 재판은 증인에 대한 변호사 반대심문이 끝나고 배심원 평결이 가까워지면서 브루클린법정을 중심으로 한 연방검찰과 마피아간의 긴장관계를 더욱 팽팽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재판이 갈수록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존 고티가 지난 85년 감비노가의 보스인 폴 카스텔라노를 살해하는데 공모했던 고티의 심복 살바토레 그라바노가 검찰과 폴리바겐을 통해 범죄사실을 자백함으로써 고티가 유죄평결을 받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그라바노의 입을 통해 마피아세계의 행태가 폭로됨으로써 검찰이 대마피아 전쟁에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수도 있다. 그러나 마피아의 규율을 어기고 검찰과 손을 잡은 그라바노에 대한 마피아의 보복을 어떻게 차단하느냐하는 문제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고티의 변호사가 그라바노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벌이던 지난 3월중순 이번 재판과 관련이 없는 또 하나의 마피아 재판에서 검찰증인으로 돌아선 마피아단원의 누이동생이 대낮에 복면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마피아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사건을 변절한 마피아단원에 대한 경고로 보고있다.
또 그라바노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되는 동안 2차례나 법정폭파 협박전화가 걸려와 재판부와 변호인단 및 방청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일에는 영화배우 앤터니 퀸이 고티지지자들의 안내를 받고 방청석에 자리잡아 보도진들의 의아심을 일으켰다. 앤터니 퀸은 기자들에게 『이 재판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계획』이라며 특히 가장 친한 친구를 밀고한 행위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 퀸은 고티를 대면한 적은 없지만 자신이 잘 가는 식당주인의 권유로 재판정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퀸은 휴정중에 앞줄로 나가 고티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손을 흔들며 일어나는 고티를 법원정리가 제지했다. 검찰측은 앤터니 퀸이 마피아와 함께 방청온 것이 기분나쁜듯 『다음 재판때 검찰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데리고 오겠다』고 가시돋친 농담을 던졌다.
검찰증인으로 나선 그라바노는 아무표정도 없이 자신이 19명을 살해하는데 가담했고 고티는 그중 10명을 죽이는데 참여했다고 자백했다. 고티측 변호사가 카스텔라노 살해혐의에서 고티를 구출해내기 위해 『4명의 저격조가 사람이 북적거리는 저녁시간에 꼭같이 하얀색 코트에 검정 러시아 중절모를 쓰고 나온다든가 고티와 당신이 쓰러진 시체옆까지 가서 확인하는 것이 이치에 안맞다』고 몰아부쳤다.
이에대해 그라바노는 『그게 바로 가장 신분노출을 안시키는 안전한 방법이다』고 살인전문가답게 답변했다. 카스텔라노 살해모의에서 고티를 분리시키려는 변호사의 유도신문에 대해 그라바노는 『고티가 짖으면 나는 물었다』는 짤막한 한마디로 마피아의 상하관계를 요약했다.
20대 무장강도행각을 스스럼없이 자백한 그라바노는 마피아와 연대를 가져오다가 지난 76년 전 보스 카스텔라노에 의해 감비노가에 입회했다고 말했다. 그라바노는 마피아 입회때 검지손가락을 베어 피를 뽑고 양손 위에서 성화를 태우며 『이 비밀세계의 일을 절대로 누설않겠다』고 맹세했고 그때부터 형제가 됐다고 말해 소위 마피아의 「피의 의식」을 확인했다.
마피아가 손대는 사업에 관해 그라바노는 『감비노가가 관장하는 건설업을 맡아 매달 이익금의 80%정도인 10만달러를 대부인 고티에게 상납했다』고 말했고 각 두목급들은 뉴욕지역의 쓰레기청소,봉제업,운송업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크리스마스나 고티의 생일이 되면 그라바노는 각 두목으로부터 3천달러씩을 거둬줬다고 털어놨다.
그라바노는 특히 배반자에 대한 마피아의 냉혈적 보복에 언급,『감비노멤버가 우리를 배반,검찰에 자백한다는 정보를 고티가 나에게 알려주면 나는 동업자를 시켜 해치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체를 치우는 것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고 술회했다.
고티가 유죄판결을 받든 무죄로 방면되든 마피아 규율을 어긴 그라바노를 보복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로 아는 연방검찰은 그라바노보호의 비밀작전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CIA나 FBI를 잘아는 취재진들이 냉전시대 소련자수간접을 보호하는 방법을 유추하고 있을 뿐이다. 형무소 생활이 끝나거나 집행유예로 방면되면 그라바노는 성명과 생년월일이 모두 바뀐 딴사람으로 마피아들이 없는 다른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얼굴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그를 마피아 저격조가 언제 찾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감옥만이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보는게 마피아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어쨌든 이 무서운 살인 전문가가 마피아 전담검찰에게 요긴한 증인으로 애지중지 보호되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미국의 제도이다. 검찰은 이 기회를 지난 60여년간 번성해온 마피아를 뿌리뽑는 호기로 생각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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