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복원공사중 1395년께 조성된 어정이 발견됐다(한국일보 28일자 1면). 서울 5대궁안의 10여개 우물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 우물물은 왕의 식수 등 궁에서 중요하게 사용됐음이 틀림없다.서울 한복판에 이처럼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우물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수돗물 조차도 마시기 꺼림칙한 오늘의 상황을 떠올리면 왕이 마시던 어정의 발견은 낭만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일보는 지난 2월24일부터 지난 27일까지 「물의 신비」란 물에 대한 기획기사를 10회에 걸쳐 실었다. 6각수를 중심으로 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 시리즈가 나가는 동안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다. 물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높은가하고 새삼 놀랄 정도였다. 자칭 물박사도,봉이 김선달의 후예도 많았다. 웬 정수기는 그리도 많은지 어안이 벙벙했다.
지구상엔 14억㎦의 물이 있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이중 97%가 바닷물이다. 나머지가 담수인데 이것도 남북극의 얼음을 빼고 나면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물은 0.8%에 불과하다. 그나마 오염으로 점점 인간의 목줄을 죄어오고 있다는데 심각함이 있다. 우리라고 크게 다를것이 없다.
우리도 물값이 한방울 나지않는 기름값보다 비싼시대에 살고있다.
정치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을뿐이다. 현재 휘발유는 1ℓ에 4백97원 등유는 2백16원 경유는 1백82원에 주유소에서 팔리고 있다. 시중에서 5백㎖ 9백㎖ 단위로 팔리고 있는석수 등을 환산해 기름값과 비교해 보면 가장 비싼 휘발유보다도 1.3배정도나 되고 한말 단위로 판매되고 있는 생수도 경유보다 비싼 실정이다. 업자들은 정부가 국내시판을 금하지만 않으면 판로를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불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비싼 생수 등의 수요가 늘고있는 것은 수질오염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장삿속에 밝은 일본의 의료기기 업자가 만년필처럼 주머니에 꽂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캔산소가 등장한후 언젠가는 이러한 제품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본업자의 빠른 움직임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 휴대용 정수기(1만5천원)는 길이 16㎝,직경 1.8㎝로 약간 큰 만년필 정도의 크기이다. 정수능력은 수돗물의 경우 1천컵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사용방법은 마시려는 물에 한쪽끝을 담그고 스트로처럼 빨기만 하면 몸에 이로운 알칼리성 물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곁들여 있는 분말살균제를 이용하는 경우 강물도 마실 수 있어 해외여행할때 아주 편리하다는 자랑이다. 물과 공기의 오염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캔산소나 이같은 소형정수기를 필수품처럼 들고 다닐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점심이라도 먹고난후 너도나도 주머니에서 이 정수기를 꺼내 빠는 광경을 떠올리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지만 어정이라도 찾고 싶은 우리의 물 실정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같다.
이번에 어정이 발견된 경복궁 뒤편의 현 통치자가 사는 곳엔 어정같은 것은 없으리라. 그렇다고 시민들도 마시기를 꺼리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까 하는 괜한 걱정도 해본다. 낙동강 페놀사건으로 「물」에 대한 이미지를 흐린 6공정권은 남은 임기동안 「물」관리를 철저히 해 앞으로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물은 아무리 깨끗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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