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강은 못시켜 드리더라도 병든 노모의 여생에 마음고생만은 시키지 않고 편안히 모시겠다고 다짐해온 김모씨(47)는 28일 새벽 「하늘이 무너지는」소식을 들었다.전날 아침 잠깐 바람을 쐬고오겠다며 집을 나간뒤 밤늦도록 소식이 없던 어머니(74)가 집에서 1㎞ 떨어진 보훈병원 뒷산에서 나뭇가지에 목을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전갈이었다. 『설마 그럴리 없다』며 정신을 가다듬고 영안실로 달려갔던 김씨는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한뒤 두달전 자신의 실수를 땅을 치며 후회했다.
지난 1월초 15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삿날 장남인 김씨집에서는 4형제가 모여 어머니의 봉양문제를 놓고 가족회의를 열었다.
영세 지퍼공장을 운영하는 김씨는 1백만원의 수입으로 방3칸이 딸린 18평 연립주택에서 노모 등 6식구 살림을 꾸리며 근근이 살아왔지만 그나마 형편이 제일 좋은편이어서 동생들에게 도움을 청할 처지도 못되었다.
그러나 대학 3학년인 큰딸에 이어 둘째까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 학비마련에도 허덕이자 자신의 빨래조차 며느리에게 맡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성격의 어머니는 스스로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눈치가 뚜렷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동생들과 한달씩 돌아가면 노모를 모시기로 결정,다음날 안양의 셋째(38·회사원)집으로 모셨지만 한달뒤 김씨는 다음차례인 둘째 동생으로부터 어머니가 『몸져 누웠다』는 연락을 받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셋째가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면서 이불 보따리까지 함께 싣는것을 보고 서운해하며 섯째에게 울면서 전화한뒤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시 어머니를 서울로 모셔와 병원치료와 함께 한약을 달여드려 건강을 회복했지만 얼어붙은 어머니의 마음을 녹이지는 못했다.김씨는 경찰에서 『자식들이 모두 가난해 어머니를 편안히 모시지 못했다.』며 눈물로 얼룩진 조서를 썼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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