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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선 정정당당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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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선 정정당당하게(사설)

입력
199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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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로 침통해 있던 민자당이 27일 하오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대표간의 청와대 회동을 고비로 활기를 되찾아 대통령선거를 위한 준비체제로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청와대 회동에서 5월 전당대회를 열어 다음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기로 한 결정이 나온데 이어 28일에는 김 대표 자신이 전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이처럼 빠른 행보로 급선회함으로써 국민들의 시선은 이제 민자당의 대권경쟁으로 쏠리고 있다.총선 패배에 대한 그동안의 반성의 노력이 진지하고 충분했느냐는데 대해서는 미흡한 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초상집같은 분위기에서 궁상만 떨고 있는 것보다는 발빠른 국면전환이 훨씬 적극적인 대처방안이라는 생각도 든다.

5월 전당대회 개최방침이 결정되자마자 전격 출마선언으로 선수를 친 김 대표가 좀 성급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안개속에 가려져 추측과 잡음만 무성하던 대권경쟁 양상을 온 국민이 속시원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백일하에 양성화 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민자당은 탄생이후 총선전까지 다음 대통령후보를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을 해왔고 이와 관련된 숱한 잡음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불러왔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과연 야당출신의 김 대표를 지명할 것인가,아니면 여당진영의 다른 주자를 내세울 것인가,김 대표가 지명되지 않을 경우 탈당하고 말것인가 등등 여러가지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지럽게 나돌았던 것이다. 그처럼 어지러웠던 여권내의 후계경쟁판도가 5월 전당대회 개최와 김 대표의 출마선언으로 안개속에서 벗어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민자당의 총재로서,그리고 민정계를 대표하는 보스로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직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얘기하는 김 대표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미 태도가 결정된 것 같기도 하나 대외적으로 공식화 된 것은 아니어서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노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대의원들의 지지를 누가 많이 받느냐로 판가름하는 자유경선의 무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지명을 하든 안하든 열쇠는 대의원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몇몇 보스들끼리 문을 걸어 잠그고 벌이는 밀실정치나 막후정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드러났다. 대권에 뜻을 둔 사람들은 이제 자유경선의 전당대회에 출마의사를 밝히고 정정당당하게 도전하면 된다. 이런 방식은 과거 야당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여당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요즘은 야당에서도 볼 수 없게 된게 아쉽지만 야당 역시 자유경선의 정치현장을 보여준다면 더욱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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