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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찾은 비인시신/“돕고싶다” 온정물결(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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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찾은 비인시신/“돕고싶다” 온정물결(등대)

입력
1992.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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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경찰서 형사들이 보름이상 고민해온 필리핀인 다니로 발렌수엘라씨(33)의 시신 처리문제가 28일 해결됐다.본보 27일자(조간) 본란의 기사를 본 서울 송파구 이삿짐센터 업주 친목계원 채용진씨(38)와 서의석씨(50)가 이날 상오 경찰서를 찾아와 『사정이야 어떻든 우리나라에 왔다가 횡액을 당한 외국인 유족과 애쓰는 경찰관들을 돕고싶다』며 시신 인수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발렌수엘라씨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강동구 천호동 카돌릭병원 영안실 대표 조제훈씨(40)도 돕겠다고 찾아왔다. 조씨는 보도 내용대로 비용 2백만원을 준비했다는 채씨 등에게 『여러분들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어떻게 전액을 다 받을 수 있겠느냐』며 3분의 1도 안되는 60만원만 받기로 했다.

조씨는 또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발렌수엘라씨의 부인 필리시타씨(37)에게 부조금 10만원을 내주었다.

처음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필리시타씨는 손짓,발짓을 동원한 형사들의 설명에 곧 사정을 알아차리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고마워했다.

어려서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의 어려움을 몸으로 겪어온 채씨는 『돈 벌러 낯선 곳으로 떠났다가 목숨까지 잃은 남편의 시신조차 거두지 못하는 부인을 못본척 하는 것은 한국인의 인심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서씨는 『우리민족은 원래 남의 고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용기를 잃지 말고 돌아가거든 열심히 살라』고 필리시타씨를 위로했다.

필리시타씨도 눈물이 뒤범벅된 얼굴로 『비록 남편을 잃은 나라지만 한국사람들의 호의만큼은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2백만원이 너무 벅찬 금액이라며 대답에 난색을 표했던 주한 필리핀 대사관측은 이날 하오 감사의 표시로 강동경찰서에 맥주 2상자를 보내왔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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