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 두툼한 털옷을 그리 많이 입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겨울에 토스카나의 털옷이 크게 유행한 것 같기는 했습니다. 털옷 동물들은 항시 털옷을 입고 있는데 사람들은 털옷을 벗어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사람의 피부에 털이 안나게 된 것은 생물학적으로 진화를 잘 한 결과인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털많은 동물들과 인간과를 진화상의 큰 차이로 놓고 아래와 같은 의견을 적어봅니다.이태리에 있을때 한여름을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청년들과 매일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홍합을 따 레몬을 쳐서 그대로 먹기도 하고 작은 바위섬으로 보트를 타고 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마을 일대에서 동양사람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모로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몸에 털이 별로 없는 동양적 피부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해변에서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특히 남자들의 몸에 온통 털이 나 있는게 동물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혼자 싱긋이 미소를 지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아는 젊은 녀석들 몇명이 저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옆에 앉는데 어쩌면 그렇게 저와 똑같은 맛의 미소를 짓는지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나를 보니 마치 덩치 큰 아기같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가슴이나 다리 팔을 보면서 참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는 부럽기도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털이 없고 깨끗하냐 하면서,피부병에 안 걸리느냐,상처가 나면 이태리 약으로도 치료가 되느냐,면도기 장사가 망하겠다,모기가 신이 나겠다는 둥,여자들은 살을 이식하고 싶을 정도로 부럽다는 등,하여튼 기분 내키는대로 말하면서 재미있게 한참 지껄였습니다. 거기에서 맺어진 결론으로는,결국 동양은 식물성이 주식이고 서양은 동물성이 주식이니 아무래도 동물들의 세포를 많이 먹은 것과 덜 먹은 것으로 달라진 결과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쯤 결론을 내고 대부분은 다시 흩어졌습니다만 좀 더 신기하고 신비한 동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몇몇 젊은이들은 내 곁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진 이야기는 보다 더 원천을 논했습니다. 왜 동양은 먹을 식물들을 찾는데 비해서 서양은 먹을 동물들을 찾는데 급급했는가 하며,인류학에 입각한 토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들은 먹이를 찾아 떠돌던 중 일부가 주향성을 따라 해를 향하여 동양으로 갔는데,그 동양에서는 해의 영향으로 자라나는 식물을 주로 먹게 되었고 서양은 해지는 곳이니까 지는 해를 따라가면서 더 활동하려는 동물들을 잡으려 하다보니 서쪽으로 갔을 것라며 억지 결론을 농담반 가설반,우랄 알타이산맥을 중심으로 운운하면서 해변의 강의를 폈더랬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바닷가로 해산하면서도 강의는 마음속으로 계속 이어졌는데 「동양인이 더 진화한 것이 틀림없어. 서양인들은 나무에서 내려온지 얼마 안되는 것 같고 동양인은 나무에서 내려온지 꽤나 된게 확실해. 아직도 서양인들은 식탁에서 칼과 창(삼지,사지,오지창인 포크)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동양인들은 부드러운 손을 연상시키는 젓가락과 오목한 손바닥을 본뜬 숟가락을 쓰는 것을 보면 알아. 들판에서 동물들을 사냥하며 우세한 동물이라는 사고방식을 지켜온 것이 서양이라면 동양인은 차분하게 풀이 자랄 때를 기다리며 농사를 지어 먹는 사색하는 고차원 동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전개하면서 동양인의 앞선 진화에 대한 뿌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서구인들은 숫자의 계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생활이지만 우리는 서너댓명,두서너명 분의 식사같은 애매모호한 것 같으면서도 넉넉한 생활태도라 확실히 생활이 고등수학차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로부터 10여년이 지났지만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대륙의 극동을 점거하고 사는 우리는 진화의 첨단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긍지까지 가져야 되겠다고 말입니다. 서양을 따라 살지 말고 서양을 넘어 살며 동양의 독창적 생활방식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맺는다면 우리의 정치적 삶도 서구를 답습말고 우리정치를 우리가 이루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적 재능이 있는 지역출신의 국회의원들에게는 한민족의 높고 깊은 문화국민의 구현을 맡기고,경제발전에 능력을 보여온 새로 태어난 선량에게는 국가의 경제문제을 해결하도록 맡기고,그간의 행정경력으로 끈기있게 이어온 기술을 지닌 의원들에게 국민의 안녕질서를 구축하도록 맡겨보자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맞는 진화적 능력발휘를 하면서 말입니다. 작은 이땅의 정치요리를 의원님들이 칼과 창으로 덤비지 마시고 젓가락으로 한 올 한가닥씩 들어서 순서있고 조화있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의석수로 어깨싸움 마시고 서너댓명,예닐곱명식으로 조화있고 여유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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