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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연정 총리지명자 나롱(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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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연정 총리지명자 나롱(뉴스메이커)

입력
199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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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능한 사업가… 마약거래설로 자격시비【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지난 22일 실시된 태국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획득에 성공한 친군부 5개 정당은 연정구성에 합의하고 차기총리에 재벌기업가이자 원로정치인인 나롱 웡완씨(66)를 지명했다.

그러나 나롱이 마약밀매에 관련되어 있다는 설이 나오고 총리임명의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군부 집권세력이 추인에 거부내지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태국정치가 또다시 혼미와 파란에 휩싸이고 있다.

나롱 총리 지명자가 이끄는 친군부 정당인 삼마키탐당은 지난 총선에서 총 3백60개 의석 가운데 최대 79석을 확보해 74석을 차지한 차트타이당 등 친군부 4대 정당과 연합,과반수에서 15석을 상회하는 1백95석으로 차기 연립정부를 구성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들 친군부 정당은 막후 협상끝에 당초 총리에 군부의 핵심지도자인 군 최고사령관 수친다 크라프라윤 장군을 옹립하려 했다.

그러나 수친다 장군은 지난해 쿠데타이후 정치인 부패 조사위원회가 「부패정치인」으로 분류한 인물은 차기 정부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총리직 제의를 거부했다. 이는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그간 총리기용이 기정사실화 되어왔고 스스로도 총리취임 의사를 밝힌 점에 비춰볼때 뜻밖의 상황이다. 그래서 친군부 정당들은 그 대안으로 나롱을 추대하게 된 것이다.

나롱은 태국 북부지역 출신으로 두차례나 농업협력 장관직을 역임한 5선의원 관록의 원로정치인. 그는 고향을 중심으로 한 대단위 담배농장과 목장·호텔·목재업 등을 운영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재벌기업가이기도 하다.

지방의회 의원이었던 그는 지난 79년 자신의 고향인 프라에성에서 전국 최다득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사회행동당 소속이었으나 86년에 독자적인 투암 타트라당을 조직했고 지난 90년 차티차이 춘하반 정권때는 야당세력의 결집체인 연대당에 몸담는 등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여러차례 말을 갈아타는 변신에 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무혈쿠데타 당시 농업협력 장관에 있던 그는 25명의 각료와 함께 부패정치인으로 몰려 군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총선을 앞두고 삼마키 탐당을 만들어 당수에 앉으면서 축재혐의를 벗고 친군부 노선으로 전환해 총리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총리에 지명되자 그가 미 마약단속국(DEA)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마약밀매조직 관련자로 현재 미국 입국이 금지돼 있다는 설이 나돌아 그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고있다.

미국측은 이에대해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태국의 실세인 군부는 『정당의 입장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롱의 총리지명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군부가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 민주화세력을 의식,국민과 정치권을 상대로 일종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 군부집권 세력인 「국가평화유지위원회(NPKC)」가 주도한 신 헌법에는 상원의원 모두를 이 위원회에서 지명하게 돼있고 총리도 의회선출이 아닌 이 위원회의 지명에 의해 선택될 수 있도록 사실상 군부의 실권이 보장돼있다.

따라서 지식인 학생 민주단체들은 이번에는 군부의 임명이 아닌 국민이 뽑은 의원 가운데 의회에서 선출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군부는 수친다 장군이나 공군사령관인 카세트 로자나릴 장군을 총리에 앉히는데 대한 반발을 완충시키는 과정으로 나롱을 「속죄양」으로 내세운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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