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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구락부/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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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구락부/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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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대 총선에서는 두개의 바람이 일었다. 하나는 신생 정당인 국민당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무소속 바람이다. 이들 바람은 겉으로 나타나기는 두가지 갈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같은 기류에서 파생한 것이다. 좁게 보면 민자당이 국민의 지지를 많이 얻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기존의 여야정당이 모두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개의 바람은 다같이 기성 정치권의 부실이라는 같은 줄기의 기류에서 나온 것이다.여기에는 분명 표를 던져준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 기존의 여야 정당은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3의 선택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신생 국민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기성 정치스타일에 짜증이 나고 경제실정에 실망한 나머지 정주영씨에게 한번 맡겨보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소속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국민당 지지자와는 또 다르다. 기성정당이 싫다는 점에서는 뿌리를 같이 하지만 신당도 싫다는 점이 다르다.

무소속 후보에게 찍은 사람들은 주로 정당보다는 인물본위로 선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당이든 구당이든 어느 정당에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니 정당이 아닌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투표한 사람이 전체 유효투표의 11.5%나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소속 당선자가 21명이나 나온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사람들도 기성 정당이나 신당과는 자의든 타의든 인연을 갖지 못했던 부류들이다. 총선에 나선 6개의 정당이 있는데도 이를 모두 마다하고 처음부터 아예 무소속으로 단신출마했던 후보도 있고 이당 저당 노크해 보았지만 공천을 얻지 못해 무소속으로 나간 사람도 적지 않다. 친여니 친야니 5공 인사니 하는 식으로 개개인의 성분까지 모두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해지지만 정당과는 일단 무관하다는 기치를 내세우고 나왔던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무소속을 찍어준 유권자도 출마자도 모두가 정당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볼때 20여명의 당선자는 어느정도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무소속이라고해서 정당소속은 없을지언정 국민소속조차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을 밀어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선거때 당선되면 어느 당으로 가겠다고 공공연히 약속했다면 그 공약을 지키는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소속으로 남아 유권자들이 지지해준 뜻을 새기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당선되자마자 이당 저당에서 손짓한다고 금방 옮기는 것은 기회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쉬운 가벼운 처신이다. 민자 민주 국민당에서 모두 의석 하나가 아쉬운 딱한 실정이라 무소속의 주가가 높이 올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표를 준 유권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무소속은 지금 당선자만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14대 국회에 큰 세력으로 진출했다. 이들이 하나씩 뿔뿔이 흩어져 원내에서 개별행동을 해보았자 불편하기 짝이없고 생색도 나지 않을 것이다. 신정당을 합쳐 무소속 구락부나 동우회라도 만들어 독자적인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면 법적 제도적으로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고 20명이 안된다 하더라도 하나의 모임을 만들어 행동통일을 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20명 내외의 의원으로 무소속 구락부를 만든다면 14대 국회는 민자 민주 국민당만의 3당체제가 아니라 무소속까지 끼어드는 4륜체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당쪽에서 보더라도 단세포로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무소속을 상대하기 보다는 한데 뭉쳐있는 집단을 상대로 하는 것이 큰 정치를 하는데도 편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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