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세제등 초점 매일 달라져/정책 반복강조 레이건과 대조/국민들 “일관성없다”오해소지… 재선길 곤경자초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후보의 향방을 가늠할 지난 10일의 슈퍼화요일 대회전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대권고지를 향한 첫관문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아직 11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를 물리치고 여유있게 재선고지에 오를 만큼 높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주된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의 불만때문이지만 그의 정책홍보가 미흡하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미국대통령은 재임기간동안 자신의 정책홍보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영화배우출신인 레이건 전대통령의 경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이건은 자신의 이미지관리를 위해 탁월한 홍보전문가를 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언론매체가 국민의 지지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같은 지론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 광고회사출신의 마이클 디버씨(54). 디버씨는 85년 백악관을 떠나기까지 레이건 대통령의 대언론대책을 담당해 그를 대선고지에 올려 놓은 숨은 공로자로 꼽히고 있다.
UPI통신의 짐 앤더슨 기자는 백악관의 언론매체를 통한 정보조작이 레이건 재임시절부터 시작됐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능력은 뛰어났다.
그는 레이건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복장,분장,소도구,카메라맨의 위치까지를 일일이 챙기는 정열을 보였다.
디버씨는 훗날 자신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 국민들의 80%정도는 대통령에 관한 모든 정보를 TV뉴스에 나탄나 1분30초간의 영상을 통해 얻는다. 그만큼 TV뉴스중 1분30초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 시간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말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떤 인상을 남겨줬는지는 머리에 남아있다. 대통령은 친숙하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하는 것이다』
디버씨의 대언론대책은 TV뉴스의 1분30초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백악관내 차석보좌관이었지만 매일 아침 8시15분부터 회의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3인. 디버씨와 제임스 베이커 수석보좌관(현국무장관),그리고 애드윈 미즈 대통령 고문이었다. 회의주제는 「오늘 언론들은 무엇을 얻고 싶어하는가」였다. 특히 TV방송국의 백악관출입기자들이 저녁뉴스에서 무엇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게 할 것인가하는 점이었다.
3자회의에서 「오늘의 초점」이 결정되면 백악관내 모든 직원들에게 결정사항을 통보한다. 백악관전체가 같은 날 같은 주제를 갖고 기자들을 대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디버씨는 또 「디버룰」이라는 것을 정했다. 레이건이 외국원수와 같이 사진촬영을 할때에는 기자들이 어떠한 질문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디버룰」의 핵심이었다. 이는 대통령이 외빈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도중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던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때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때문에 언론매체의 저항도 거셌다. TV방송국들은 질문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카메라를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TV방송국들은 2주일이 채못돼 「디버룰」에 항복했다. 디버룰을 지킨 한 TV방송국이 대통령근황에 대해 독점촬영을 하게 되자 다른 방송국들도 어쩔 수 없이 뒤따르게 된 것이다.
디버씨는 또 한가지의 원칙을 밀어 붙였다. 같은 사항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국민들에게 주입시킨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에게 중요 이슈에 대해서는 4주간이든 5주간이든 계속해서 같은 연설을 하도록 주문했다. 물론 레이건마저 나중에는 신경질을 낼 정도였지만 그의 결단은 단호했다.
디버씨의 이같은 전략이 성공한 사례로 레이건 집권당시의 교육정책을 들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에 신경을 쓰던 83년말께였다. 여론조사결과 국민들이 레이건의 교육정책에 대해 70%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시 정책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디버씨는 무려 6주동안 대통령에게 같은 교육정책을 연설하도록 주문했다. 물론 1분30초동안,실제로 레이건의 교육정책은 지금까지 별로 변한게 없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60%이상 국민들이 그의 교육정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디버씨는 이같은 경험에 비추어 재선고지를 겨냥한 부시 대통령의 홍보전략을 비판하고 있다. 『오늘은 환경,내일은 세금,그다음날은 교육 등으로 매일 화제를 바꾸어나가는 것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정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오히려 국가의 정책이 자주 바뀐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우려가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버나드 칼브 국무부대변인 같은 이가 그의 언론정책에 항의,사임하는등 행정부 주변의 반발이 거세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홍보정책은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걸프전당시 적극적인 홍보정책으로 최고 지지도를 올렸던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경제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홍보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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