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석유·일본 광업 지난 10일 전격 합병발표/“이달말 「원유 처리시설규제 철폐」의 대응책”/정유·판매 일원화… 경쟁력 제고가 1차목표세계 석유시장을 겨냥한 일본 석유업계의 용틀임이 시작됐다.
일본의 3대 정유회사의 하나인 일본 광업과 석유판매체인 재벌인 공동석유가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하고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의 석유관계자들은 양사의 통합을 일본판 석유메이저(국제석유재벌)의 탄생신호로 분석하면서 사우디와의 합작 정유소 건설이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광업과 공동석유의 합병은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원유처리시설 규제철폐 조치를 앞두고 정유 및 판매부문을 일원화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다. 원유처리 시설규제 철폐조치로 더욱 앞당겨질 일본 석유업계의 무한경쟁 및 국제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합병을 극비리에 추진해온 공동 석유관계자는 『규제가 철폐되면 각 정유사는 생산시설과 판매력에 따라 필요한 양만큼 휘발유 경유 각종 유류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판매망이 취약한 일본 광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자체 정유시설을 갖고있지 않는 공동석유는 일본 광업이 정제한 유류를 원유 수입대금에다 정유비,인건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합친 금액으로 사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양사가 통합,특약점 체제로 운영할 경우 판매비용을 절감해 판매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 석유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퍼져있는 주유소 수는 현재 약5만7천여개소. 이중 공동 석유체인점은 6천7백여개소로 일본 석유,코스모석유 등에 이어 5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광업의 형편도 좋은편은 아니다.
일본 광업의 올 제14·분기 경영상태는 전제적으로 약 1백50억엔(약9백30억원)의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속부문은 적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광업」이라는 회사명칭에서 보듯,금속사업 분야에서 출발한 일본 광업이 석유부문과 금속부문을 분리,석유부문만이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태에 처해있는 것이다.
따라서 양사는 합병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상호보완에 성공할 경우 닥쳐올 국내 석유업계의 무한 경쟁시대에 사세약화로 뒤처질 상황을 오히려 수익률 향상과 사세확장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합병에 의한 이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전자원자재 메이커 쿠르트사를 인수,6백50억엔(약3천9백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시기도래 등으로 자금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일본 광업으로서는 일사우디 합작 정유소 건설사업에 절요한 자금조달이 더욱 용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1천억엔 규모의 일사우디아라비아 합작정유소 건설사업은 공동석유의 참여로 자금조달 면에서나 판매망 구축면에서 일본판 메이저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측 합작선에서도 일본 광업과 공동석유의 합병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는 일본 광업관계자들의 표정에도 이같은 야심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양사의 통합과정은 그리 평탄한 편은 아니었다.
지난해 가을 양사 수뇌부가 극비회동 교섭을 시작한이래 무려 6개월 이상이 소요된 것. 관계회사 수뇌부가 요정·호텔 등을 전전하며 절충을 거듭해온 끝에 지난 2월 중순에서야 비로소 합병에 관한 기본합의에 이르렀다.
아직도 일본 석유업계에서는 일본 광업이 공동석유를 흡수통합한 것으로 믿고 있듯이 합병과정에서 통합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최대걸림돌이었다.
이 문제는 일본 광업의 자금압박을 계기로 양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합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해결됐다. 자금조달 면에서 월등한 공동석유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일본 광업을 도와줄 수 있다는 측면이 부각돼 마지막 고비를 넘긴 것이다.
일본 석유업계는 일본 광업과 공동석유의 합병으로 석유산업 분야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일본판 석유메이저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세계 석유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는 것 같다.<이준희기자>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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