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회오리 현체제 “불구경만”/전경련 오너회장 복귀등 모색14대 총선기간중 일부 재벌그룹간 정면충돌로 가시화된 재계내부의 분열과 파행이 앞으로 정치역학 구도와 맞물려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수습책으로 재계지도부가 일대 쇄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대두되고 있다.
사분오열된 각 재벌그룹들을 하루빨리 한울타리내로 다시 끌어모으는 일이 최우선 과제이며,이를위해 재계에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체제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전경련 회장단 등 재계수뇌부가 굳이 현 사태의 도의적 책임차원이 아니더라도 재계분위기 일신을 위해서 진용을 새롭게 바꾸는 「판갈이」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총선 이전부터 재계일각에서 간혹 제기됐던 이같은 재계 지도체제 개편 및 지도부 퇴진론은 이번 선거이후 보다 설득력을 얻어 재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중립적 자세를 취했던 재벌그룹 관계자들은 『몇몇 그룹들이 흙탕물을 튀겨 재계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판에 전경련 등 재계단체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재계지도부가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빈약한 리더십을 노정했던 전경련 회장단 등 재계지도부가 국민당이라는 재계의 돌발변수 등장,일부 재벌그룹들의 노골적인 감정대립,전반적인 경제환경 악화,안개정국으로 인한 정치회오리 등 사방에 악재를 맞아 재계의 화합을 꾀하고 정경분리 등의 대과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도력의 빈곤을 명백히 드러냈다.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조차 재벌그룹 총수들이 제대로 참석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등 재계의 진짜 실세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쇠락해가는 원로인사들만이 참석해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사랑방모임」처럼 비중이 퇴색해 버렸다.
재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경련 회장단마저 이처럼 재계현실과 유리된데는 현재 전경련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유창순최창락씨의 상근회장·부회장 라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료출신인 유최 라인이 재계 사령탑에 앉아 정부편도,그렇다고 재계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우유부단한 입장만 취하고 있을 뿐이다. 재벌그룹들을 설득할 힘도 없으면서 정부정책을 재계에 호소하는가 하면 정부측을 이해시킬 요량도 없이 재벌그룹들의 주문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부와 재계간의 균형있는 경쟁,견제관계 도모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동적인 「중개」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등 재계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는 최근 선거에 앞서 경제5단체장들의 성명서 도출과정,선거자금 모금과정 등에서도 역연히 드러났다.
또 재계에서 최근 「왕당파」니 「왕회장파」니 하며 파벌형성 조짐이 엿보이고 실제로 몇몇 사안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전경련 회장단 등 지도부는 강건너 불보듯 하고있다.
앞으로 정국이 혼미해지고 재계에 정치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경우 재계는 일찍이 없던 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같은 위기에 대처키 위해 재계의 강력한 지도력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벌총수 1세,1·5세,2세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새로운 지도체제가 절실하며 전경련 지도부의 오너체제 복귀도 그 방안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정당이 총선 뒤처리를 위해 지도체제 개편을 모색하고 있는 마당에 재계라고 해서 임기 등 형식요건에 집착,지도부 개편을 외면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많은 재계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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