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찰서 강력1반 형사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필리핀인 살인사건 때문에 보름이 지나도록 골머리를 앓고 있다.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면서 강동구 성내동 모의류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인 동료끼리 술취해 싸움하다 1명이 칼에 찔려 숨진 이 사건은 6시간만에 범인이 검거됨으로써 사건자체는 깨끗이 해결됐으나 숨진 다니로 발렌수엘라씨(23)의 시신인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
숨진 발렌수엘라씨의 유가족은 지난 15일 입국했으나 그동안의 영안실 사용료,검시료,화장비용,유골함값 등 시신 인수에 드는 2백여만원을 『도저히 낼 능력이 없다』고 통사정하고 있다. 유족들은 『오죽했으면 전문대까지 나온 아들이 몰래 들어와 막노동을 했겠느냐』며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만을 거듭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검시가 끝나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게 돼 있는 경찰은 난처해지자 주한 필리핀 대사관측에 비용부담 등을 요구했으나 『대사관도 그런 큰 돈을 마련하는데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며 한국경찰에서 선처해 달라는 눈치를 보였다. 이들을 고용했던 의류공장 사장도 『도의적 책임은 느끼나 워낙 영세업체라 능력이 없다』고 손을 놓았다.
난처해진 형사들은 관할구청과 서울시에 「묘책」을 문의했으나 『엄연히 유가족이 있는데 외국인이란 이유로 국가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몸이 단 형사들은 병원과 화장터 등을 쫓아 다니며 「흥정」한 끝에 비용을 최대한 깎아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다시 유족과 대사관을 상대로 제발 시신을 인수토록 사정하고 있다.
엉뚱한 뒤치다꺼리로 지친 형사들은 『대학까지 나온 동남아인들이 너도나도 쏟아져 들어와 노동이라도 할만큼 우리나라가 과연 그렇게 잘사는 나라인가』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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