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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공조체제」속 사안별 독자노선/국민당(총선이후 야당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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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공조체제」속 사안별 독자노선/국민당(총선이후 야당진로)

입력
199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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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표방… 합리적 국회활동 전망/여당과는 「제한적 관계」 유지가능성14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당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새정치」를 표방하고 나서 31석 획득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으나 정작 방향정립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따. 국민당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참신성을 어느정도 발휘할 것인지에 따라 생명력 있는 정당으로 성장하느냐,아니면 한때의 민의를 반영한 정당으로 만족하는 선에서 주저앉고 마느냐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이같은 부담요인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회운영 등 향후 진로를 정하는데 있어 지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는 정치공세를,야당과는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하는 국민당으로선 「대안 있는 반대」라는 쉽지않은 과제를 떠안고 본격적인 정치무대에 올라선 셈이다.

○…국민당은 국회운영에 있어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갖추면서도 사안별로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으로 국민당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딛고 탄생한 정당인만큼 여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면서도 과거 야당과 같은 투쟁위주의 국회운영 방식은 채택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주영대표가 평소 『우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을 것』 『국민당은 준법정신에 입각한 국회운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혀온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 앞서 선보였던 신문정책 광고와 같은 대국민 홍보 방식을 주로 채택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활용,정부여당의 실책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당은 또 정 대표가 『여당과도 국가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듯이 사안에 따라서는 민자당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과정에서 나타난 정 대표의 6공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으로 미뤄볼때 정부·여당과의 협력은 13대 초반 공화당과는 달리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당의 향후 진로는 연말 실시되는 대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 국민당 주변에서는 정 대표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정 대표는 아직 대권도전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국민당이 집권하면』 『대권문제는 1∼2개월내에 결정하겠다』고 말해온 대목 등에서 충분히 출마의사를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당의 차후 행보는 이번 총선에서 17.4%의 득표율로 나타난 국민당의 지지기반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만심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재벌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방향의 정책수립과 정국운영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정 대표 개인으로서는 출마를 선언하는 동시에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절연하는 모종의 「중대결심」을 구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국민당의 대권도전을 현실성 있는 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국민당은 향후 여야의 정계개편,특히 민자당내 대권구도를 둘러싼 갈등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될 공산이 크다.

결국 하반기 정치권에 모종의 지각변동이 있을 경우 국민당도 이합집산의 한쪽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당은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하게됨에 따라 일차적으로 원내중심의 당직개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국민당은 조만간 사무총장을 비롯,원내 총무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에 대한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은 그러나 당선자중 의회경험을 가진 인사가 많지 않아 인선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구를 포함해 31명의 당선자 가운데 재선이상은 조윤형 양순직 김효영 손승덕 정몽준 김찬우 윤영탁씨 등 7명에 불과하며 13대에 이어 당선된 인사는 조윤형 최고위원과 정몽준의원 2명밖에 없다. 이중 조 최고위원은 현재보다 낮은 당직으로 내려가기 어려운 형편이며 반면 정 의원은 「부자당」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주요 당직에 기용하기가 쉽지않은 실정.

또한 손승덕 김효영당선자 등 3선 이상급들은 원로 대우를 받아야할 처지여서 당직보다는 국민당에 배당될 상임위의장직을 맡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국민당은 제한적인 인적자원으로 인물난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어서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중량급을 영입,주요당직에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당은 당직에 관계없이 무소속 영입을 모색중인데 접촉대상에는 정호용(대구서갑) 강창희(대전중) 최돈웅(강릉) 허화평(포항) 하순봉(진주) 현경대(제주시) 양정규(북제주) 변정일당선자(서귀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주도의 당선자 3명에 대해선 평소 정 대표가 『제주도는 내게 맡겨달라』며 제주도를 공천에서 제외했던 점을 감안할때 국민당측의 영입노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당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현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 하는 문제. 국민당은 일단 현대에서 「사직」의 절차를 밟은뒤 당료로 일해온 사람중 복귀를 희망하는 경우는 현대로 되돌려 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직이나 시설의 지원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내교섭 단체인 국민당이 국회에서 음으로 양으로 현대의 이익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문제.

따라서 국민당이 원내활동은 물론 사소한 인적·물적 지원의 측면에서도 현대와의 관계를 철저히 절연시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도 당세 신장의 결정적 관건이라 할 수 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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