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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9기… 32년 한 마침내 풀었다./강화·김포당선 국민 김두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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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9기… 32년 한 마침내 풀었다./강화·김포당선 국민 김두섭씨

입력
199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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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야당… 거쳐간 정당 10여개 “고생아내에 보은” 끝내 울음보25일 새벽 경기 김포군 김포읍의 초라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확정소식을 들은 김포·강화선거구 국민당후보 김두섭씨(61)는 운동원들의 환호와 잇달아 들이닥친 주민들의 축하인사 속에서도 멍한 표정이었다.

지난 60년 29세의 청년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뜻을 둔 이래 32년동안 8차례의 좌절을 겪은 끝에 이순이 지나서야 이루어내 필생의 꿈이 실감나지 않는 듯 했다.

정신을 수습한 김씨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달동네의 판잣집에 전화를 걸어 부인 주계선씨(50)에게 『그동안 나 때문에 정말 고생했다』고 울먹이며 당선사실을 알렸다.

경기 김포의 중농아들로 태어난 김씨는 건국대 정외과를 졸업한 지난 57년 당시 야당인 민주당 김포지역사무소일을 맡아 신익희·조병옥·장면박사 등 당대의 야당지도자 선거운동을 하면서 정치와 연을 맺었고 60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김포지역에 출마,첫고배를 마셨다.

이때부터 지난 9대 총선만을 제외하고는 매번 출마해온 김씨는 낙선의 원인이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평정치 못한데 있다고 판단,서울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이번까지 그가 속했던 정당은 10개가 넘는다. 무소속 출마의 핸디캡을 피하기위해 정당을 선택한 점도 있으나 어쨌든 야당만을 고집한 골수야당 체질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무엇보다 분당과 합당으로 점철된 우리나라 정당사를 몸으로 꿰고 있다.

지난 13대 선거당시 신민주공화당으로 출마,차점 낙선했던 김씨는 3당 합당후 「고질적인」 야당체질을 버리지못해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다 국민당과 손을 잡았다.

8번 낙선의 이력이 말해주듯 김씨의 가정생활은 있으나마나한 정도이다.

불혹의 나이에 아내를 만나 70년 결혼한 김씨는 「정치꾼 사위」를 반대하는 처가에 4년동안이나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소득없는 낙선정치인 남편을 둔 덕에 부인 주씨는 완구봉제공장등에 다니며 잔업까지 맡아하며 남편과 2남2녀를 뒷바라지해왔다.

『정치판을 떠도느라 제때 집에도 들리지 않는 남편과 왜 결혼했는지조차 모를때도 많았다』는 주씨는 『끼니가 없어 밀가루 음식으로 일주일 내내 버틴적도 있다』고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20평 판잣집은 이미 17년이나 된것이다. 김포읍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구멍가게·개와 닭 사육 등으로 돈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생계비라기 보다는 「차기선거」를 위한 정치자금이 됐다.

김씨의 판잣집 안방엔 「의자필승 」이라는 고 윤보선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가 걸려 있다. 젊은 시절부터 줄곧 모셔왔던 윤 전 대통령이 써준 이 휘호를 보며,김씨는 8번 낙선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재벌당으로 비난하는 소리도 있지만 가난한 농민과 근로자들을 위한 소신있는 정치를 꾸려보겠다』는 김씨는 지난 32년의 역경보다는 앞으로 4년이 더 힘들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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