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와룡산 찾아 통곡/유세장마다 전단 “허사”/최근엔 제보전화도 “뚝”『종식아 철원아 영규야 호연아 찬인아!』
실종된지 1년이 된날인 26일 아침 대구 개구리소년 다섯명의 부모들은 지난해 이날 어린이들이 올라간 대구 달서구 이곡동 와룡산입구에서 목이 터져라 아들들의 이름을 부르다 통곡했다.
임시공휴일이었던 지난해 3월26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마을뒷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나가 감감무소식이 된 김종식(10) 우철원(14) 조호연(13) 김영규(12) 박찬인군(11) 등 개구리소년들의 친구들은 한한년씩 모두 진급했지만 이들의 학적부와 빈자리는 주인을 잃은채 그대로 멈춰있다.
30년만에 부활됐다는 기초의회선거일만 아니었더라도 아이들이 실종되지 않았을 것이란 원망이 깊어지고 국회의원선거바람 때문에 제보전화마저 뚝 끊기자 다섯 어린이의 부모들은 무심한 정치바람을 야속해하고 있다.
단일사건으론 경찰사상 최대인 연인원 20만명이 동원돼 온나라를 뒤졌지만 발생초기 단순가출사건으로 판단했던 초동수사의 미흡으로 가족들의 가슴에 통한만 쌓여가고 사건은 영구미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만 믿고 앉아 기다릴 수 없었던 부모들은 봉고승합차에 플래카드를 걸고 확성기로 피울음을 토해내며 전국방방곡곡 산간벽지와 섬마을까지 돌았으나 허사였고 가장들의 생업은 모두 망가지고 가족들은 탈진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그나마 수사본부에 제보전화가 4백여건이나 걸려와 기대를 갖게 했으나 올들어서는 24건으로 격감했고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 22일이후에는 단 2건밖에 없어 가족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유세기간에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합동연설회장 몇군데를 찾아가 전단을 돌렸으나 후보자들의 말잔치에 넋을 잃은 청중들에게 이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일 수밖에 없었다.
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37)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않고 『지난 1년간 국민들이 보내주신 성원과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꼭 찾아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표연락처인 김씨집 전화벨은 고장이라도 난듯이 조용해진지 오래다.
김씨의 부인 허도선씨(37)는 『요즘은 장난전화도 걸려오지 않아 가슴이 터지기직전』이라며 『지난 1년이 백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며 이미 말라버린듯한 두눈을 또다시 붉게 물들였다.
찬인군의 할머니 김말순씨(67)는 『죽기전에 찬인이 얼굴이라도 한번 볼수 있다면 편히 눈을 감겠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국민들의 기억에서조차 잊혀져가는 현실이 더욱 서글프다』며 울먹였다.
경찰은 그동안 4만4천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갔던 와룡산을 1평단위로 쪼개 이잡듯 뒤지고 선원지등 4개 저수지의 물빼기 작업을 벌였으나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또 다섯어린이의 사진이 실린 홍보전단 7백40여만장과 상품광고에 곁들인 현상전단 1천5백여만장이 72차례에 걸쳐 전국에 뿌려졌으나 힐끗보고 휴지통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 몇장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개구리소년들의 가족들은 지금도 교대로 종식이네 전화기앞에서 불침번을 서고 새벽이면 와룡산을 향해 울부짖고 있다. 『누가 우리아이들을 찾아줄 수 없나요』<대구=이상곤기자>대구=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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