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망연자실속 패인해석 각각/민주 “정치적 승리… 영남 무의석 애석”/국민 “잔칫집”… “더 좋은 결과 못내 유감”○국정운영 방향 부심
청와대는 아침부터 침통한 분위기 일색이었으나 고위관계자들은 총선결과를 분석하는 한편 어떤 가닥으로 총선이후의 국정운영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지에 대해 부심.
수석비서관들은 이날 아침 정해창 비서실장 주재로 정례회의를 갖던 도중 본관으로부터 긴급소집 지시를 받고 노태우대통령에게 불려가 총선결과에 따른 지침을 시달받기도.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총선결과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총선결과를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강한톤의 자책성 언급과 함께 정부가 심기일전의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고 손주환 정무수석이 전언.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총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러질 수 있었다』면서 『이는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공명선거를 이룩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확고한 의지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손 주석이 첨언.
○“패배따른 책일질터”
민자당은 25일 3·24총선 결과가 「제2의 여소야대」로 결판나자 망연자실,좀체로 충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일상당무가 마비되는 등 표류.
김영삼대표는 이날 상오10시10분께 당사로 나와 김윤환사무총장 나웅배 정책의장 등 당직자로들로부터 총선결과를 보고 받고 사후대책을 논의했으나 시종곤혹스런 표정.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성원해준 국민들께 제대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깊이 자성하고 선거결과를 하늘의 뜻으로 알아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 김 대표는 민자당의 패인을 묻는 질문에 『잘 알면서 뭘 또 물어보느냐』면서도 『처음 시작때부터 5가지나 있지 않았느냐』고 말해 내심 책임소재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정리하고 있음을 시사. 김 대표는 향후정국 운영방향과 당체제 개편여부와 관련해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다』고만 대답한뒤 「책임론」에 대해선 『마음대로들 생각해요』라며 계속 피곤하다는 반응.
김종필 최고위원은 청구동 자택서 칩거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는데 김동근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시했고 김 총장과 나 의장도 김 대표에 사의를 전달했다는 후문.
박태준 최고위원은 『한마디로 안타깝고 충격적인 결과이며 이번 선거는 비단 집권야당뿐 아니라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매서울 질책이라는 점에서 유구무언일뿐』』이라며 『당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표명.
민자당은 이와함께 패인에 따른 계파간 책임공방이 가열될 조짐이어서 총선패배의 파장과 당내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
특히 민주계측은 즉각 공격적인 논리로 무장,1순위패인으로 「총선전 대권후보결정」이 관철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는데 반해 민정계는 김 대표의 지역감정 유도 행태를 지적하며 노골적으로 반발.
민주계의 한 인사는 『총선전 후보결정만 됐더라면 3분의 2 의석 확보는 무난했을 것』이라며 『공천잘못과 막판 악재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우선적인 패인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주장. 이에 대해 민정계측은 『김 대표의 영남권 세몰이가 잠재돼 있는 「호남표」의 결속을 부채질해 결국 수도권의 참패로 이어졌다』면서 『김 대표가 정주영 국민당대표의 대여 포문을 묵시적으로 방조,국민당 부상을 유효적절히 차단하지 못했다』고 민주계를 겨냥.
그러나 공화계는 이런 와중에서 함구로 일관,대표적 패착의 핵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눈치들.
이에앞서 김 대표는 민주당의 김대중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원만한 정국운영을 위해 상호 협조하자』고 인사한데 이어 정 국민대표와도 통화,원만한 정국운영 협조를 요청.
○“지역감정 해소계기”
민주당은 25일 이번 선거를 결과를 승리로 해석하면서도 기대했던 1백석(전국구 포함) 확보에 실패한데 대해서는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
김대중대표는 이날 상오 10시께 당사로나와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는 민자당의 패배,민주당의 승리,국민당의 약진,무소속의 대거진출』이라고 평가. 김 대표는 『지자제 전면실시를 늦출 수 없게 됐으며 올연말 대통령 선거도 분명히 있게됐다』면서 『민자당의 최대 목표인 개헌을 좌절시킨 점에서 「정치적 승리」라고 볼 수 있다』고 「승리」로 해석한 배경을 설명.
김 대표는 『호남에서 2석을 민자당에 뺏긴 것은 떨어진 분들에게는 위로를 해야겠지만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의 계기』라고 밝힌후 『영남에서 한석도 얻지 못해 가슴 아프고 특히 김정길·노무현의원의 낙선은 애석하다』고 아쉬움을 토로.
김 대표는 또 「영남의 민자이탈」 현상에 언급,『아직 우리에게 표를 던질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계속 노력하면 영남표도 다른 야당이나 무소속을 거쳐 우리에게 오게될 것』이라며 『대선때는 인물난도 없으니 기대해 볼만하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
김 대표는 『국민당의 선전선투를 축하하고 같은 야당으로서 협력을 기대한다』면서 『무리한 욕심만 내지 않으면 야야협력은 문제가 없더라』고 야당통합 과정을 회고.
김 대표는 또 『젊은 재야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 진입에 성공한 것은 우리정치에 좋은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하기도.
이날 새벽5시께야 귀가한 이기택대표도 이날 하오 자택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다시 여소야대를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 『높은 정치의식으로 민자당을 심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피력.
이 대표는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가적 문제인 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바람이었는데 역부족이었다』면서 『영남지역에서의 완패를 뼈저리게 자성하고 당내화합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
이날 아침까지 밤을 새워가며 개표방송을 지켜본 당직자들이 상오8시께 임채정후보(노원을)의 36표차 낙선을 끝으로 하나 둘 빠져나가 썰렁했던 당사에는 이경재·김병오·임춘원·이해찬후보 등 당선자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또 상황실도 상오9시께 모든 요원들이 일손을 놓고 자료를 정리해 파장분위기가 역력.
○환호성·박수 잇달아
국민당은 25일 이번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수가 전국구를 포함,31석에 이르자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각 당선지구당과 일간 신문광고를 통해 「당선사례」를 하는 등 하루종일 잔칫집 같은 분위기.
정주영대표는 이날 상오6시 평동 중앙당사에 도착,5층 상황실에 모여있던 당직자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이들을 격려.
정 대표는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상황실에 들어섰으나 당원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자 이내 가벼운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어 답례.
정 대표는 마침 당사로 찾아온 「8전9기」의 당선자 김두섭씨(김포·강화)의 손을 맞잡은채 치켜들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
정 대표가 들어서자 상황실에는 국민당 로고송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일부 당원들은 흥을 참지 못한채 책상을 손으로 두르리며 박자를 맞추는 등 왁자지껄.
때마침 당선확정자 수가 20명을 넘어서고 계속적으로 우세지역의 소식이 들어오자 장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으며 정 대표는 『모두 애썼는데 더 좋은 결과를 내지못해 유감』이라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보고받은뒤 9층 집무실로 가 참모들과 향후 일정을 논의.
한편 조순환씨(송파갑)와 차화준씨(울산중) 등 일부 후보들이 초반부터 계속 1∼2천 표차로 열세를 면치 못하다 아침께 막판 역전극을 이루자 당원들은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함성을 지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당직자들은 상오중 의석 윤곽이 거의 잡히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선거운동 막판에 정당연설회를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했더라면 강원지역 등에서 큰 바람이 일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
당직자들은 특히 막판에 유력지구당들이 자금부족으로 애를 태웠음에도 정 대표의 「법정비용내지원」 방침에 따라 추가지원을 못했던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시.
이날 상오 국민당사에는 김동길 최고위원 정몽준의원 탤런트 최불암씨 등 당선자들이 잇달아 찾아와 당원들과 축하인사를 나눴으며 당사 1층 현관 앞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축하화환이 즐비.
또 봉두완씨 등 몇몇 낙선자들도 당사에 들러 서로의 노고를 위안하며 축하분위기에 동참.
한편 당내에서는 교섭단체 구성이 실현됨에 따라 원내 중심의 당직개편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정몽준의원은 국민당의 흔치않은 재선의원임에도 「부자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주요당직은 맡지 않을 전망.<정진석·신효섭기자>정진석·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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