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투표율 여 유리」 가설 뒤집혀3·24총선이 마감됐다. 관심사항중 하나인 이번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준은 1대∼13대총선의 평균치인 80%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던 75%이상의 예상투표율을 감안하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뚜렷한 선거쟁점이 없었고 그동안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이 증폭일로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런대로 「평년작」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우선 역대 최저수준에 근접한 투표율은 현정치상황에 대한 국민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치의 오랜틀인 「민주대 반민주」의 전형적 대결구도가 희석된데다 정당간 뚜렷한 정책차이나 특이한 정치적 이슈가 없는 현실이 투표율 감소를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지방의회선거결과에서 지적되었던 우리사회의 산업화추세에 따른 개인주의적 경향도 이에 일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이한 점은 역대 선거결과에서 드러난 투표율과 득표율의 함수관계가 이번 선거에서 예전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즉 「저투표율=여 유리」라는 선거가설이 이번 선거에서는 적용되지 않아 「3·24 최저투표율=여당고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과거선거에서 75%이상의 투표율에서는 야당의 득세가 대체적 결과였고 반면 투표율 60%선을 밑돈 지난해 기초·광역의회선거때는 「여당 압승·야당 참패」의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또 서울을 비롯한 6대도시와 나머지 지역이 대체로 60%대와 70%대의 투표율로 양분되면서 전통적인 도시와 농촌의 투표구도가 재현된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추세에서도 서울만이 13대총선의 69.3%에는 못미치나 그런대로 65%선을 기록,상당한 야당바람을 느끼게 했다.
지역별 투표율의 추이도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양상을 보였다.
즉 경북(78.4)과 경남(76) 등 영남이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보인반면 전북(72.4)과 전남(74.2) 등 호남지역이 상대적으로 낮은 양상을 보였다.
이는 영남지역에서는 민자당의 공천탈락으로 여권 무소속 후보가 양산돼 범여권의 경쟁이 투표율 상승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선의 전초전으로까지 분위기가 고조되었던 양김씨의 본거지인 부산(69.1)과 광주(68.9)도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이지역의 압도적 지역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당초 관심을 모았던 국민당의 출현도 투표율제고에 결정적 기여를 하지는 못했지만 득표에서는 약진하는 이변을 보였다.
민자·민주의 양당구도의 틈을 비집고 또 하나의 지역당 경합을 보인 국민당은 거점지역인 강원도의 투표율이 74.3%에 머물러 민자당과의 백중세를 보이면서 민자와의 경합을 통해 높은 투표율을 만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이밖에 「흐리고 곳에 따라 비」라는 투표당일의 날씨도 투표율저하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일이 임박해서까지 후보를 결정치 못한 부동표가 많을 경우 날씨가 맑으면 야당이,날씨가 궂으면 여당이 유리하다는 기상심리학의 일반론이 막판까지 부동표가 30%이상에 달했던 이번 총선에서 그 상관관계를 입증해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